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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무늬 벗겼더니 녹색금융?


입력 2015.04.08 13:54 수정 2015.04.08 14:00        이충재 기자

시중은행 기술금융 대출 70% 담보‧보증 대출

서울시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 대출이 대부분 ‘무늬만 기술금융’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의 기술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의 기술금융대출(TCB) 실적 가운데 신용대출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반기 TCB 실적(8조9247억원) 가운데 담보‧보증 형태의 대출이 72%(담보대출 53%, 보증대출 19%)를 차지했고, 신용대출은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기업대출에서 신용대출 비중이 46%, 중소기업대출의 신용대출 비중이 35%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TCB대출의 신용대출 비중은 기대에 못 미친 수준이다.

중소기업대출만 봐도 신용대출 비중(34.9%)이 TCB대출이 시행되기 전(36%)보다 오히려 떨어졌고,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을 제외한 중기대출에서 신용대출 비중은 44%에서 42.9%로 내려갔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기존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TCB로 이름만 바꿔 기술금융 실적으로 둔갑시켰다. TCB 시행 이후 TCB가 9조원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1.5%(4조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와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금융의 의도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번에 은행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존에 거래하던 우량기업의 담보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바꾼 것에 불과한 무늬만 기술금융이 드러났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도 불만 "정부가 은행을 보조수단으로 생각해"

하지만 은행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기술금융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꼼수라고 지적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우리가 이름만 ‘민간금융회사’지 금융당국에선 산업의 보조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당장 리스크가 있더라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정책이면 이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며 “금융회사들끼리 ‘이정도 선에서 적당히 하자’는 묘한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회사 입장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00금융’이라는 코드금융 위세에 눌려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간판까지 바꿔달아야 하는 등 자율 경영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정부 정책이 초반에는 속도를 내더라도 나중에 흐지부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기술금융을 선언할 당시에도 금융권에선 “녹색금융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금융 출범 당시 42개의 녹색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관련 펀드만 수십여개가 출시됐지만 녹색금융은 정권이 바뀐 뒤 대부분의 은행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통합해 흐지부지됐다.

기술금융 역시 금융회사들의 자율이 아닌 고삐를 잡아 당겨 시행된 정책으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의 IT벤처 육성책,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등 매 정권마다 내세운 금융정책 구호가 울렸다가 소멸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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