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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원팀' 홍명보호 아닌 슈틸리케호


입력 2015.01.20 16:08 수정 2015.01.20 16:15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악조건 속 3전 전승으로 아시안컵 8강 합류

실력 우선시한 선수 발탁-적절한 로테이션 호평

진정한 '원 팀'에 근접한 것은 홍명보호가 아니라 슈틸리케호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호가 3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1위로 당당히 통과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3경기 연속 무실점, 1골차 승리는 분명 높이 평가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강팀의 자격’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한국축구 최대의 흑역사로 남은 2014 브라질월드컵 홍명보호의 몰락과 대조를 이룬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별리그 상대였던 오만-쿠웨이트-호주를 상대로 경기마다 각기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대회 개막 전후로 계속된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부득이한 상황이기도 했다.

호주전에서는 슈틸리케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점유율과 패싱게임을 포기하고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실리축구를 추구했다. 대표팀의 경기력이나 슈틸리케 감독이 판단의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슈틸리케호가 챙긴 승점 9점에서 보듯 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홍명보호의 몰락 원인은 '의리축구'다. 전술도 상대팀에 따른 유연성을 고려하지 않고 4-2-3-1만을 고집했다. 결국, 박주영-정성룡 등 믿었던 주전들이 주저앉고, 한국전 맞춤형 전술을 준비한 알제리에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했다. 위기상황에서도 홍명보호는 플랜B가 없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애시당초 아시안컵 멤버 구성부터 베스트 11만이 아니라 23인의 선수가 모두 제 역할을 하는 팀을 강조했고, 그 목표를 실천했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그만큼 적었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들 덕분에 슈틸리케호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흔들리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이었지만 슈틸리케호는 불과 4개월 만에 이 정도의 팀을 만들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 다양한 팀을 지도하며 쌓았던 경험을 십분 살려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주전들의 부상과 경고누적 같은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지도자의 경험과 장기적인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아시안컵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정협-김진현의 과감한 발탁도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과 홍명보와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름값에서 앞선 박주영 대신 A매치 경험이 없는 이정협을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깜짝 발탁했다. 국내파 감독이라면 불가능했을 파격이었다. 김진현은 홍명보호 당시만 해도 정성룡-김승규는 물론 이범영에도 뒤진 넘버4 골키퍼에 불과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제로베이스에서의 경쟁을 거쳐 오로지 현재의 실력과 가능성으로 과감하게 선수들을 기용했다. "100% 몸 상태가 준비돼 있지 않은 선수는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원칙을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 본인부터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졌고, 근거 없는 허세나 섣부른 낙관론에 의지하지 않으며 리더로서 중심을 잡아준 것이 돋보인다.

진정한 '원 팀'에 근접한 것은 홍명보가 아니라 슈틸리케호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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