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 나선 대학생들 "성탄절 선물은 통진당 해산"
1인 시위 대학생 인터뷰 "애국가 인정하지 않는 통진당을 보고 충격"
"우리나라 정당이라면 국민들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앞.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피켓이 땅 바닥에 나뒹군다. 양 어깨에 ‘부정선거’와 ‘RO’라는 스티커가 붙은 한 여성은 흐느끼며 울고 있고 김정은의 탈을 쓴 남성은 이를 보고 박장대소 한다. 그때 갑자기 등장한 산타클로스는 흐느끼는 여성의 양 어깨에 붙은 스티커를 떼어내고 ‘대한민국, 울지마요 2014년 크리스마스 선물은 통진당 해산’이라고 적힌 피켓을 건낸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최종 변론을 앞둔 25일, 헌법재판소 앞에는 일단의 대학생들이 몰려와 하나같이 “통진당을 해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애국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핵·3대 세습·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고의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통진당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대학생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했다.
이날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와 ‘북한인권학생연대’의 주최로 ‘통진당 해산 촉구 시위 기자회견’에 모인 대학생들은 ‘산타클로스 퍼포먼스’ 후 각각 ‘통진당 해산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1인 시위를 벌인 대학생 박승완 씨(28)는 25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통해 “비밀조직, 혁명조직, 국가전복 등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들이 통진당을 통해 나오고 있어 굉장히 놀랐다”면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이런 이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핵문제, 3대세습, 북한인권문제 등에 대해 대한민국 정당으로서 침묵하고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그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통진당은 애국가를 부르지도 않고 인정한 적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이들의 행태는 우리나라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진당은 용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1인 시위에 함께 참여한 대학생 유은실 씨(26)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통진당 해산 관련해서 항상 어르신들이 많이 나와 시위하는 것을 보면 딱딱하고 ‘극우단체’로 보는 안 좋은 시선이 있었다”면서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거부감 없게 통진당 해산 이슈를 대학생의 시각에서 전달하고 싶었다”고 참석 계기를 밝혔다.
유 씨는 “통진당은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봤을 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면서 “통진당의 국회의원 개개인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 자체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있어 이를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씨는 “우리나라의 정당이라면 국민들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통진당은 대중적으로 봤을 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3대세습에 대해 ‘그 나라의 특수성’이라고 말하는데 이게 정상국가의 모습으로 보긴 힘들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박 씨와 유 씨는 최근 몇 년간 통진당으로부터 불거진 ‘부정선거’, ‘RO에 의한 내란음모’ 등의 사태가 연이어 터졌음에도 ‘통진당 이슈’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적다고 전했다. 학업과 스펙 쌓기 등 취업준비에 ‘올인’하다보니 전공과 관련이 없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둔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통진당 해산’과 같은 이슈에 대학생들이 참여하면 ‘극우’ 혹은 정치적 성향이 보수로 평가될까 우려하는 반응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유 씨는 “통진당 이슈 같은 문제는 이념적으로 너무 나뉘어 있어서 대학생들로 하여금 이러한 활동을 주저하게 만든다”면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데, 이러한 활동을 극우로 보는 것은 부담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주변에는 통진당이 이미 해산된 것으로 아는 친구들이 상당수다. 그만큼 큰일이 터졌을 때만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은 취업 문제 때문에 관심이 없다”면서 “통진당 해산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들이 우리 세금으로 활동하고, 국가의 주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경악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통진당 문제같이 사회적 이슈에 대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이유는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역사교육이 활성화 돼 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공계 같은 경우에는 고1때 역사 관련 과목을 배운 후 배운 적이 없다.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런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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