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동생, 형 의중 반영?… “트럼프 관세는 영구적 세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호의적이었던 미국 경제 거물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경제침체가 현실화했고 관세부과 방식도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최근의 관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인플레)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면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을 매도해 달러와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먼 CEO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그는 “약간의 인플레가 있더라도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상보다 높은 상호관세 세율에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다이먼 역시 생각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다이먼 CE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JP모건체이스를 세계 1위 은행으로 키워내 '월가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역시 최근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진단했다. 그는 이날 뉴욕이코노믹 클럽에서 “경제는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지금도 약해지고 있다”며 “내가 이야기를 나눈 대부분의(most) CEO들은 우리가 아마도 지금 이순간 침체에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달 동안 경기둔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랜 공화당 후원자인 켄 랭곤 홈디포 공동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에서)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며 “베트남에 대한 46% 상호관세는 헛소리이며, 중국에 대한 추가 34% 상호관세는 너무 공격적이고, 너무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조치에 대해 “상대방에게 진지한 협상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무역 상대국에 ‘굳이 전화하지 마세요’와 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인연이 있는 거물들도 관세를 비판하고 나섰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멘토’로 알려진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6일 엑스(X·옛 트위터)에 “10%를 넘는 관세는 보상에 비해 위험이 더 크다”며 “외국이 일부 지불한다고 해도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소비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애크먼은 같은 날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불공정한 관세체제를 바로잡을 시간을 확보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반대로 가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유발한 ‘경제적 핵겨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냉정한 이성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동생 킴벌 머스크도 이날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이날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세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미국 대통령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킴벌은 “관세로 일자리를 국내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 해도 가격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소비에 대한 세금은 결국 더 높은 가격이라는 형태로 남을 것”이라며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데 그렇게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결국 물가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킴벌의 비판은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한 가운데 나와 특히 주목을 받았다.
머스크 CEO는 앞서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리가’ 행사에 참석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바란다.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EU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