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 판치는 '오픈마켓', 범죄자 판친다
범죄자 오픈마켓 통해 명의도용 신용카드 '현금화'
환금성 사이트 여부에 따라 인증절차 달리하는 게 아닌 물품으로 해야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권이 판매되고 카드깡이 일어나는 등 오픈마켓이 신용카드 범죄에 창구기능을 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및 액티브X(Active-X) 해결 방안'을 발표하면서 환금성 사이트에 대해선 지금과 같은 인증절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이나 파일공유, 기프티콘 등 환금성 사이트의 경우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므로 부정사용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에서 사실상 간편결제 적용 범주에서 환금성 사이트를 제외했다.
이보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도 지난달 1일 환금성 사이트의 경우 부정사용 사고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현행과 같은 결제방법을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내놓은 대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G마켓이나 11번가,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을 통해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권 거래가 아무런 제재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보통 현금화하기 쉬운 거래는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을 통해 걸러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오픈마켓에서 일어난 거래에 대해 카드사는 고객이 무엇을 샀는지, 그게 상품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FDS로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카드사가 만든 간편결제 시스템인 '앱카드'를 이용한 범죄에서도 오픈마켓이 창구 역할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다른 사람의 앱카드를 이용해 돈을 빼간 범인은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에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범죄는 이 뿐만이 아니다. 카드깡도 한몫한다.
오픈마켓을 통한 카드깡은 이른바 '카드대납' 업체를 통해 진행된다. 이들은 카드빚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현금을 빌려준 뒤 오픈마켓에 물건을 구매하는 식으로 고액의 이자를 떼어가고 있다.
예컨대 카드사에 100만원의 빚이 있다면, 카드대납업체는 채무자에게 100만원을 빌려준다. 이후 카드빚을 갚게 돼 카드결제가 가능해지면 카드대납업체는 오픈마켓에 130만원짜리 노트북을 올린다. 물론 노트북을 파는 게 아닌 카드결제를 일으키기 위한 허위거래다.
또한, 이들 대납업체는 감독당국과 카드사의 감시를 피하고자 택배기록도 남긴다. 빈 박스에 노트북이 아닌 생수통을 담아 채무자 집주소로 보내는 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허위 가맹점에서 있었던 카드깡이 최근에는 오픈마켓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배송기록까지 남아 이를 걸러내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픈마켓에서 신용카드 범죄가 활기를 치면서 당국과 카드사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인증절차를 '사이트'에 따라 달리하는 게 아닌 특정 '상품'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어느 가맹점에 얼마를 결제했느냐 정도가 전부"라며 "오픈마켓을 통해 카드깡을 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잡기 위해선 카드사가 사이트 측과 함께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또 금융당국은 간편결제로 인해 달라지는 인증절차를 환금성 사이트라서 제한하는 게 아닌 상품권과 같은 물품에 따라 달리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나가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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