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 커지는데…한은 통화정책 딜레마
[칼럼]통화정책 경제 영향주려면 최소 1분기 시간 소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파급시차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 차이가 있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최소 1분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많은 학자들이 선제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금융시장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경기(물가)의 과열(상승), 또는 악화(하락) 이전에 미리 경기(물가)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지만, 막상 경기(물가)의 변화를 체감하기 전에 이루어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에서 한국은행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부정확한 경기전망으로 인해 통화정책을 오판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실증자료 확보에 더욱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화정책 결정도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은행이 14개월째 한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경기 선행적인 통화정책 한계성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후행적 통화정책은 정책실기라는 비난과 함께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성공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조속히 통화정책의 선제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경기 현황 파악 및 예측 능력이 제고되어야 한다.
이는 정확한 경제전망이 바탕이 되어야 적정한 정책 대응 시기와 강도를 한국은행이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고, 경제주체들도 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먼저 자신의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자신감을 보인다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책임성, 그리고 투명성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며,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글/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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