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전산망’ 둘러싼 공연계 반목…무엇이 문제였나
우여곡절 끝에 ‘통합전산망 시범 서비스’ 실시
초점 빗나간 갈등 접고 공연계 전체 머리 맞대야
공연계가 ‘공연예술 통합전산망 사업(이하 통합전산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이사장 설도윤)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기이방(可欺以方)식의 발언을 중단하고 다 함께 통합전산망구축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때”라며 다시 한 번 통합전산망 구축을 위해 인터파크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4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정재왈)가 추진해온 통합전산망(www.kopis.or.kr) 시스템 시범 운영 서비스가 시작됐다.
첫 발을 내디딘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협회가 사실상 부정한 꼴이다. 이는 통합전산망을 놓고 양 측의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
협회 측은 “통합전산망이란 전국의 국공립 또는 사립 공연장, 문화회관 등 입장권을 발매하는 시설의 현장 매표소(Box Office)에 단일의 통합전산시스템을 설치해 전국을 실시간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운영하는 입장권 정보통신망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전산망과는 차이가 있다.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통합전산망 사업은 예매·발권시스템에 관한 것이 아니라 많은 예매처에서 팔리고 있는 공연의 판매 데이터베이스(DB)를 모으고 통계화 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터파크 측은 “갑자기 왜 예매·발권시스템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도 “통합전산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뮤지컬협회를 비롯한 공연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때 발권시스템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는 DB를 모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며 “통합발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들어 현재로선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문체부와 입장 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추진하는 통합전산망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궁극적으로는 좌석 공유제, 통합예매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고 해명했다.
공연계 일각에선 뮤지컬협회가 뮤지컬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설도윤 회장이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 ‘위키드’의 흥행 실적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통합전산망’ 문제를 돌발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이 불신을 키우는 이유다.
설도윤 회장은 최근 “뮤지컬 ‘위키드’가 10월 5일 공연 종연 시점에 36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뮤지컬 사상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인터파크, YES24 등 각종 예매처 순위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일자, 인터파크의 불공정한 순위가 뮤지컬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키드’는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17일 파격적인 할인쿠폰(VIP석 5만원 /R석 4만원)을 통해 인터파크 예매순위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맨 탓에 소모적 논쟁만 불렀다. 통합전산망 문제는 뮤지컬계뿐만 아니라 연극, 콘서트, 전시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공연예술계 전체의 문제다. 그런 문제를 이처럼 갑작스럽고 충동적으로 끄집어낸 것은 옳지 않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다면, 공연계 전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각각의 단체의 힘을 한데 모아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거진 통합전산망 문제에 대해 공연계에는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통합전산망은 이제 첫 발을 내디뎠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공립 공연장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민간업체 참여 없이는 성공은 요원하다. 주요 티켓 예매처와 공연제작사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지원과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연예술계 전체가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공연계는 협회가 그 초석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오는 12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의 중장기 성공전략’과 ‘공연예술 시장의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 등을 위한 공연예술 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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