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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약속까지 어긴 일본, 극우본색 막 올랐다


입력 2014.06.21 11:17 수정 2014.06.21 11:19        김수정 기자

20일 발표한 고노담화 검증, 결국 위안부 강제성 부인한 꼴

일본 정부가 과거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의 작성 경위에 관한 검증 결과를 20일 발표한 가운데 검증 결과 문서에 “군(軍)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고노 담화를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한일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처럼 보이게 하는 데다 정부간 외교 협상 내용을 일방으로 공개한 것이어서 한일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 부장관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일본측은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입각했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사실을 왜곡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 정부의 의향과 요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럴 수 없는 부분은 거부하는 자세로 사전에 한국측과 담화 문구를 조정했다”고 명기했다.

보고서 내 한국과의 고노담화 문안 조정에서 △위안소 설치에 관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의 강제성 등 3가지가 논점이 됐으며 고노담화에 명시된 군 위안부 모집의 주체와 관련, 일본 측 원안에는 ‘군 당국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한국 측의 주장을 배려해 ‘군 당국의 요청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명시됐다.

특히,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마다 ‘한국 정보의 의사를 반영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도 “담화 발표 직전에 양국 정부가 문구 조정 사실을 대외에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내용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해 그 의도에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사실상 표면적으로는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이번 검증 결과에 우리나라와의 협상이 있었다는 점을 최대한 보여줌으로써 ‘고노담화 흠집 내기’ 혹은 ‘물타기’를 시도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가 결국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냉각 상태로 빠져들 조짐이다. 사진은 뉴스 Y 화면캡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예상대로 일본은 이번 검증을 통해 고노담화가 일종의 한일 간 타협안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사실상 고노담화를 흠집 내려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무엇보다 일본이 ‘한국과 문구 조정 사실을 대외에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한 점’을 밝힌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물론 일본은 대외적으로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검증 과정을 통해 일본 국민들에게는 고노담화가 마치 한국과 조율된 협상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보고서에 한일 양국이 이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낱낱이 공개함에 따라 일본 국민들 입장에서는 양측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한일 양국이 문구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주고받기 식’ 보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계산이 깔릴 수 있다는 셈이다. 따라서 일본은 이 같은 검증 작업을 통해 점진적으로 고노담화의 성격을 왜곡, 우경화된 역사관을 심는데 주력한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아베는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 한다”면서 “일본이 앞으로는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하고 검증을 통해서는 사실상 고노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이중 플레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일본의 검증 결과 발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물론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검증 결과는 사실 관계를 호도함으로써 고노 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인 조사 판단을 기초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담아 발표한 일본 정부의 문서”라며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은 양국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했으며 일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일본 정부가 “검증이라는 구실 하에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또다시 건드리는 행위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날 “역사를 뒤집으려는 그 어떤 기도도 인심을 얻을 수 없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군 위안부는 일본 군국주의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아시아 피해국 인민들에게 저지른 중대한 반인류적 죄행으로 이에 대한 증거는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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