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가족들, 구조냐 인양이냐 '시간아 멈춰다오...'
현장 전문가 "가족들 심정 뼈아프지만 인양도 고려해야"
장례 마친 유가족, 실종자 가족 위로 위해 다시 진도행
세월호 침몰 사고 13일째인 28일 진도에는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전날부터 이어진 빗줄기가 잦아들고, 진도 해역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도 해제됐지만 여전히 기상이 좋지 않아 구조작업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진도 해상 파고가 1.5~2m, 풍속이 초속 8~13m로 일부 민간 방제선과 어선 등은 바다를 뒤로하고 항구로 되돌아왔다. 한 어민은 “오늘같은 날에는 아예 바다로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고 해역에는 소조기가 끝나고 오는 29일부터 물살이 가장 빠르다는 사리 기간이 시작됐다. 지난 16일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에 선내 통로에 뒤엉켜 있는 매트리스와 카펫, 가구 등의 부유물이 입구를 막고 있는 것도 수색을 더디게 하는 이유다.
현장에서 잠수병 증세를 호소하는 잠수사들도 늘고 있다. 이날 구조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잠수사 가운데 총 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1명은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다른 6명은 잠수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
"누구도 먼저 '인양' 이야기 꺼낼 수 없어…이제는 고려해야할 시점"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선체 인양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구조팀과 일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이젠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무엇보다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이날까지 수습된 시신 가운데 45구 이상이 여객선 밖에서 수습됐다는 점이 실종자 가족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팽목항 주변에서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이젠 시신이라도 찾아야 하지 않나. 다들 생각이 다르지만, 저렇게 놔두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앞으로 수색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는데 현실을 직시해야한다”며 “지금 (선내에는) 집기고, 캐비닛이고 다 뒤엉켜있는 상태인데, 수색을 계속하면 그런 것부터 꺼내는 게 더 힘들다. 앞으로 구조 시점이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는데, 이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상황도 고려됐다. 당시 천안함 희생자 46명 중 6명을 끝내 찾지 못해 유가족들은 또 한번 눈물을 흘려야했다. 천안함은 침몰한 지 8일 만에 가족들이 인양을 요구해 9일째부터 인양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구조팀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반대하고 있어서) 누구도 먼저 인양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면서도 “이제는 인양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마냥 배제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가족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줘야겠지만, 현장전문가가 전반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줘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은 ‘인양 불가’ 입장이다. “아이들이 안에 있는데, 인양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 “지금 인양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포기하는 거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구조당국은 “선체 인양 문제는 관계부처와 실종자 가족들과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치른 유가족이 실종자 가족 위로 '다시 진도행'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들려오는 것은 희생자 소식뿐, 전국민이 기다리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189번째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도 진도체육관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시신을 찾은 가족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미 장례를 치른 한 학부모는 “아이를 찾은 것이 기다리는 분들에게 더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장례를 마친 뒤 다시 진도로 내려와 동병상련을 나누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날 오후에는 수학여행을 떠나지 않은 단원고 1,3학년 학부모들이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들은 말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아픔을 나눴다.
한편 사고대책본부는 수색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시신 유실 우려가 커지자 수색범위를 사고 해역 외곽으로 확대했다. 구조당국은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8km를 집중 수색하는 동시에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3척이 사고해역에서 40km 이상 떨어진 신안 가거도와 추자도 해역 등에서도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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