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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잃어버린 신용카드 포인트, 답은 '공시 강화'


입력 2013.12.28 10:36 수정 2013.12.28 10:46        데스크 (desk@dailian.co.kr)

소비자 권익 향상 위해 고객충성제도에 대한 공시 강화 필요

손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과 교수
과거에 필자는 물건을 구입하면서 카드사로부터 구입액의 일정 비율에 대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받고 이를 꼬박꼬박 적립했으며, 미래에 어떻게 이를 사용할지 장밋빛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 포인트를 막상 사용하려고 보니, 일정 포인트 이상 적립해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도 매우 한정돼 있었다. 심지어 사용하려고 열심히 모아놓았던 포인트가 약관이 변경돼 급작스럽게 소멸된다는 이메일을 받고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든 적도 있다.

고객충성제도(customer loyalty program)는 판매촉진 및 고객유지의 수단이다. 최근 소비자의 권익이 향상되고 동종산업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 항공업, 유통업, 금융업뿐 아니라 제조업에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고객충성제도는 고객에게 미래에 관련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것을 약정한 것이므로 기존 기업회계기준서에 의하면 운영기업 입장에서 충당부채에 해당하며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부채(선수수익)로 인식되나,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공정가치로 측정하므로 그 금액의 크기가 증가하게 되므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고객충성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회계처리는 관련 보상을 부여하는 시점과 약속된 보상을 행사(사용)하는 시점, 관련 보상을 사용하지 않아 소멸하는 시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은 현재 정보수집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객충성제도로 발생하는 마일리지나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 즉 누구에게 얼마의 포인트가 부여되었고, 개별적으로 얼마가 사용되는지 또는 소멸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기업은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관련 회계처리를 각 시점에 직접 처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말 재무제표에 당기 전입액과 사용 및 소멸액에 대한 정보를 재무제표에 모두 제공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업이 관련 부채의 증감액을 순액으로 제공하거나 전입액을 공시하지만 사용과 소멸분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정보제공자인 기업과 정보이용자인 소비자간 정보불균형을 야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은 (필자가 당한 것처럼!) 관련 부채의 소멸시효를 단축하거나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등 제도를 바꾸어 재량적으로 이를 조정할 유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고객충성제도 관련 계정을 통해 손익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고객충성제도를 이용해 재량적으로 이익을 조정하고 있음을 밝혔다. 즉 포인트나 마일리지로 부여된 부채를 마음대로 전입하고 환입하여 이익을 부드럽게 하고 있음을(income smoothing) 검증했다.

또한, 고객충성제도를 이용해 이익을 조정하는 기업들일수록 이와 관련해 공시해야 할 내용을 자세하게 공시하지 않거나 지배구조가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전입, 환입된 재량적 포인트 조정액에 대한 정보를 정보이용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암시한다.

미래에는 고객충성제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고객충성제도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우롱하거나 이익조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처가 필요하다.

첫째, 고객충성제도에 대한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포인트를 어떻게 부여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는 언제 소멸하는지에 대한 공시를 재무제표 주석에 상세히 공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규제당국은 포인트 부여 시에 제시하는 약관의 일방적인 변경(소비자에게 불리한 변경)을 막아야 할 것이다. 처음 물건을 판매할 때는 소비자를 현혹하려 온갖 혜택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실제로 물건구입 후 포인트를 사용할 때는 이를 제한하거나 소멸시효를 단축하는 등의 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셋째, 규제당국과 기업은 포인트를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사용되지 않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소비자 간 거래할 수 있거나 통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한 기업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계정인 포인트나 마일리지 관련 부채는 이미 그 금액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심지어 항공사의 경우에는 중요한 부채인 매입채무보다 그 금액이 크다.

따라서 규제당국은 고객충성제도 관련 부채가 재량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혜택을 약속받은 소비자가 이를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보다 건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손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과 교수(succman@mensakorea.org)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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