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기업은행은 낙하산 파티에 초대받지 말아야 한다
금융권 관행인 낙하산 인사, 모피아 인사 배제한 공정한 인사시스템 필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해 모든 일이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다.
특히 관직의 인사나 공기관 수장의 경우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여러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기 쉬운 터라 리더십과 전문성, 도덕성 등 인사 검증 작업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파티'는 끊이질 않는다. '인사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주요 공기관이나 요직에 낙하산 인사들을 내려 앉는다.
이번 정부 역시 '낙하산 배제, 전문성 중시, 국민대통합'이라는 인사원칙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 임명한 공공기관장 77명 중 절반에 가까운 34명이 낙하산 인사라는 점은 아쉽다.
더욱 지난 11일 현오석 부총리가 공공기관에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전달한 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전 새누리당 의원 2명이 낙하산으로 내려 앉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한 경영 문제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할 경우 재임기간이 남았어도 기관장을 갈아치우겠다며 군기 잡기에 나섰던 날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부채비율이 높은 공공기관 18개 기관 가운데 15곳은 낙하산을 탄 인사가 CEO를 맡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망친 공기업을 대신해 새로운 낙하산 부대를 투입하겠다는 발상인지 의심스럽다.
전문성에 의문부호인 낙하산 인사들이 제대로 경영혁신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그간 공기업들은 고액연봉 잔치와 복지확대 등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많다. 빚은 늘어나는데 고액연봉의 유혹에 빠져 국민들에게 거둔 세금만 축낸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낙하산 인사 금지'를 외치며 반대하는 강성 노조에게 복지, 임금 등의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소신있는 개혁은 꿈도 꾸지 못한채 노조의 눈치만 볼 수 밖에 없다.
낙하산 병폐는 금융기관에 만연해 있다. 특히 MB정부때 금융권 '4대 천황'이라고 불리우던 전 금융지주 회장들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잔혹사는 진행 중이다.
KB사태를 비롯해 우리·하나·신한 등 4대 금융지주와 계열 은행들의 금융사고와 비리는 모두 전 회장들의 임기 때 발생된 것으로서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최근 낙하산 문제는 기업은행장 선임과정으로 불똥이 튀었다. 조준희 은행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면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라는 무성한 소문과 하마평이 가득하다.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때문에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의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추측이 즐비하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장 취임 이후 1조3000억원대 순이익을 1조40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저금리와 경기불황으로 지난해 1조1000억원대로 떨어졌지만 감소율이 14%로 타 은행보다 감소폭이 적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익으로도 타 은행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내부인사가 새 은행장이 되길 바라는 눈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침체로 수익이 감소되는 상황이어서 책임감 있는 CEO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경영 묘수가 더욱 절실할 때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창조금융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손톱 밑에 가시를 없애고 우리 경제의 동맥인 중소기업을 키우는 위해선 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려운 경기 침체기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을 통해 선방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를 앉힌다면 창조경제 달성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뿐이다.
금융권에 관행처럼 내려 왔던 낙하산 인사와 모피아 인사를 배제하고 금융기관 스스로 실력을 갖춘 CEO를 선출하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인사(人事)망사(亡事)가 되는 일이 없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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