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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에 쇠몽둥이 맞던 박창신 신부, 지금은...


입력 2013.11.27 08:45 수정 2013.11.28 12:2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80년대 독재에 맞서 싸우던 정의로운 사도의 모습은 어디로

천안함 의혹 제기 넘어서 연평도 포격 노골적 두둔은 처음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 신부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시대정신이 바뀐 지금에 와서 왜 북한을 두둔하고 나서는가?(자료사진) ⓒ연합뉴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대학생이던 나의 눈에 비친 그는 독재에 용감히 맞섰고 조국통일을 위해 사심없이 헌신하는 사제로서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정의로운 사도의 모습이었다. 박창신 신부는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던 80년 6월 25일 밤에 여산천주교회 사제관에서 박창신 신부는 괴한 3~4명으로부터 쇠몽둥이로 얻어맞고 예리한 칼로 팔과 오른쪽 다리를 찔리는 테러를 당하면서 오른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시대가 변하면 시대정신도 바뀐다.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민주화 시대에서 선진화 시대로 세상은 빠르고 크게 바뀌었다. 그런데 민주화 세력의 일부 세력과 인사들은 산업화 시대엔 성급하고 관념적인 민주화를, 선진화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민주-반민주의 구시대적 인식과 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구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창신 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3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저녁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미사강론을 하는 도중에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한 사실을 부정하고 연평도 포격까지도 두둔하는 망언을 했다. 천안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박창신 신부처럼 연평도 포격까지도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내가 아는 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그는 그렇게 종북성향이 강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차분하고 인자해 보이고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할 것 같았던 박창신 신부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궁금해 전문을 구해 몇 번이나 읽어봤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했다. 80년대의 현실인식과 사고방식에서 한발작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사실과 맞지 않는 잘못된 주장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첫째 이 시대의 증표 가운데 제일로 화나는 거 있습니다. 종북몰이예요, 종북몰이. 노동자 서민 문젭니다.”

“산업화하기 위해서 온몸 바친 이들 있는데 이들을 잘살게 해보자 이들의 권리를 찾아주자, 정치를 해보자 하는 게 뭔지 아느냐. 그게 빨갱이다. 노동운동하면 빨갱이다. 농민운동하면 빨갱이다. 잘살자고 하면 빨갱이, 좌파다. 그것이 요새는 좀 고상해져서 종북주의자입니다. 북한이 노동자 농민 중심 정책이니까.”

“이번에 정권교체 못했는데, 이번 부정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정권교체 없다. 그렇기 대문에 이번에 엄청난 부정선거. 더군다나 부정선거 백서 있어요. 컴퓨터로 개표 부정선거한 거.”

그는 종북몰이에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노동자 농민 잘 살게 하고 권리를 찾아주자는 것을 빨갱이고 종북이라고 몰아붙인다면서 북한이 노동자 농민의 정책을 편다는 듯이 주장한다. 이석기 RO가 존재하는 현실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아가 부정선거 백서가 있단다. 87년 대통령 컴퓨터 부정선거 주장(결국 평민당이 사과했던 주장)의 재판이다.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말이 안 나온다.

그는 유신독재에 맞서 싸웠으며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고 동분서주 하다가 테러를 당해 불구의 몸이 됐다. 이런 그에게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자, 좌파 진영에 적잖게 유포되어 있는 정서인 유신의 딸로서의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는 자명하다. 19대 대선에선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좌우가 총 결집하여 총력전을 편 끝에 박빙의 차이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정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국정원의 댓글 부정 의혹은 울고 싶은데 뺨때린 격이었을 것이다. 대선불복을 내심에 담고 있으면서도 차마 외부로 표현하지 못하던 용기 없는 사람들을 꾸짖기라도 하듯,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와 박창신 신부는 과감하고 단정적으로 박대통령에게 사퇴하라며 더 이상 한국의 대통령으로 인정치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물론 지난 19대 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의 국내정치와 선거개입 의혹이 날로 커지고 군의 사이버사령부 의혹까지 불거진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가기관이 정치중립의 의무를 져버리고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면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로서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법적 도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대책을 철저히 세워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 선 것이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미리 단정하고 그 총체적 책임을 물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민주적 헌정질서와 국민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이다.

박창신 신부는 박대통령에게 사퇴하라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독도는 어디 땅이에요? 우리 땅이죠?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와가지고 독도에서 훈련하면 우리 어떻게 해요?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돼요? 왜 대답이 없어요? 쏴버려야지. 안 쏘려면 대통령 거 뭐하러 있어요. 그러면 엔엘엘,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청중이 쏘아요, 라고 대답하자, 이 양반이 국가보안법에 걸리네)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 그래 놓고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가지고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르고 선거에 이용하고 한 겁니다. 여러분 아십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 부탁합니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 책임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이 아닙니다, 정말로. 책임져야 합니다.”

이렇게 아주 분명하게 NLL이 북한 영해라도 된다는 듯이, 그래서 NLL 근방에서 군사훈련을 하면 북한이 쏘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랬던 박창신 신부는 파문이 일자 다음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니, 내가 쏜다고 얘기한 것이 아니라 청중, 강론을 듣는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그러니까 '쏴야죠' 그러더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한 발언이 동영상으로 다 나오는데 비겁하게 청중들이 한 말이라고 덮어씌우는 대목에선 측은지심마저 든다. 사고방식이 완전히 삐뚤어진데다 정직하지도 못하고 비겁하기까지 한 그의 망가진 민낯은 보기 민망하다.

이젠 산업화시대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피해의식이든 반발심에서든 사실을 왜곡했던 것들(87년 대통령 선거 컴퓨터 부정주장, KAL기 조작주장, 천안함 폭침 부정, 연평도 도발합리화)에 대해서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오늘의 기적적인 성취와 그 공로자들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너희들 적을 원수로 생각하지 말고 사랑해라 그 말 이해하겠어요? 그러니까 이제 북한을 적으로 해선 안돼.”

3대 세습을 하고 핵을 개발하여 민족공멸의 위협을 가하고 온갖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의 독재자들마저도 포용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지도자와 주역들을 존중하고 사랑하지 못한대서야 어찌 말이 되겠는가!

글/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북한인권운동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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