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적 해트트릭' 손흥민 극동아 호나우두
차붐도 이루지 못한 분데스리가 해트트릭 위업
다이내믹 드리블 선보인 호나우두와 여러 면 닮아
아직도 전율적인 해트트릭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손흥민(21·레버쿠젠)이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축구 전장엔 함부르크 전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9일(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 홈구장서 열린 ‘2013-14 분데스리가’ 12라운드 ‘친정’ 함부르크전에 선발 출장해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5-3 난타전 승자가 됐다. 해트트릭은 분데스리가 통산 98골에 빛나는 ‘차붐 전설’ 차범근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손흥민 장기가 빛난 장면은 두 번째 골.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하프라인에서 받자마자 '담대한 드리블’을 선보였다. 함부르크 중앙 수비진 2명을 관통하는 돌파로 단숨에 골키퍼와 1:1로 맞섰다.
평균적인 공격수라면 ‘수비수 2명 vs 공격수 1명’ 상황에서 측면으로 드리블하는 편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공격수였다. 마치 ‘삼국지’에서 여포가 혈혈단신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적진 심장부로 쳐들어가는 기세를 연상케 했다.
손흥민 드리블은 분명히 투박하다. 그러나 두 발이 적토마급 기동력을 갖춰 단점을 상쇄한다. 또 다부진 체구(183cm76kg)는 유럽 선수들과의 피지컬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튼실한 허벅지 근력이 바탕이 된 가공할 미사일 슈팅은 최대 무기다.
두 번째 골 장면에서 손흥민이 골키퍼를 제치는 장면도 영락없는 '브라질 전설' 호나우두 방식이다. 호나우두는 골키퍼와 1:1 상황에서 구석에 차 넣기보다 골키퍼까지 제쳐야 직성이 풀린다. 이른바 ‘헛다리 드리블’로 골키퍼를 농락하거나 혹은 90도 꺾기 드리블로 골키퍼의 다이빙을 유도한다.
손흥민 역시 함부르크 골키퍼 눈앞에서 슈팅하는 척하다가 직각 꺾기 드리블로 골키퍼를 쓰러뜨렸다. 골문이 빈 상황에서 손흥민은 여유 있게 차 넣었다. 전형적인 골잡이의 득점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분명 호나우두 레벨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호나우두와 비슷한 유형의 ‘전율적 공격수’임은 분명하다. 프로복싱 전설 무하마드의 알리의 현란한 풋워크가 떠오르는 호나우두 양발 드리블은 다이내믹하다. 손흥민의 전투적 드리블 또한 역동적이다.
손흥민만의 장점도 있다. 잡다한 재간을 부리지 않는다. 루이스 나니처럼 공을 세워놓고 한 발을 들어 허공에 휘젓는 일명 ‘객기 퍼포먼스’를 손흥민에게선 찾아보기 어렵다. 실용적이고 간결한 드리블로 정면승부를 펼친다.
한국 공격수의 특징이기도 하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명장 에메 자케 감독도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공격수의 실용적 드리블 기술은 ‘치장’에 급급한 남미·유럽 공격수가 배워야 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타고난 재능에 인성까지 갖춘 손흥민을 '극동아시아 호나우두'라 불러도 이제 지나친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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