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의 RO “긴급상황시 USB 부셔서 삼켜라”
이석기 체포동의요구서에 명시, '보안'강조는 지하비밀조직이기 때문 '해석'
“압수수색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USB를 부셔서 삼키라.” (홍순석)
“보위에는 바늘 틈 하나도 흥정할 겨를이 없는 거야.” (이석기)
“보위의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할 권리도 없고 단지 지켜야할 숭고한 의무만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외에 혁명조직 (Revolution Organization·RO) 소속 조직원들이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조직원 강연에서 ‘보안’을 강조하며 한 이야기들이다.
정부가 2일 오전 국회에 제출한 국회의원(이석기) 체포동의 요구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깨놓고 말해서 여기 동지들 전부 요시찰 대상”이라며 “보위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보안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결국 RO 조직원들의 활동이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처벌된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의원을 비롯한 RO 조직원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분야별로 세분화된 보안수칙에 따라 철저히 비밀활동을 전개했는데, 체포동의 요구서에는 그 구체적인 주요 사례가 적시됐다.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2008년 10월에는 하부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수련회를 개최해 의식화학습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가져온 암호화 프로그램 ‘PGP’ 사용법을 조직원들에게 설명 후 이를 사용토록 했다. 또한 2009년 11월에는 RO의 조직적 지시에 따라 “경찰수사에 대비해 지금까지 사상교육 자료로 전달한 USB를 포함해 조직관련 자료 일체를 파기하라”며 하부 조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키도 했다.
구속된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역시 지난 5월 구속된 한동근 전 통진당 수원시 위원장과 만나 “변호사 올 때까지 집행하지 말라고 그러고, 밖에 나가 가지고 잠깐 이야기하는 틈 이런게 있나 보더라고. 그런데 이제 집에는 별거 없다 사무실에 노트북만 치워달라고 전달을 하는 거지”, “USB가 있으면 그런 것을 전달하거나 아니면 잠깐 화장실 갈 거라고. 이런 거는 뽀개기가 어려워. 뽀개서 버려야 되는 거잖아. 손톱만한 거는 그냥 이렇게 이빨로 이렇게 해도 반 짤라지는 거거든. 이제 버릴 수가 있는 거지. 항상 어디다 두면 안되고 지니고 있어야 될 것 같애” 등 긴급상황시 저장매체 은닉·파손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이들 RO 조직원들은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남한 사회주의혁명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통신보안, 컴퓨터보안, 문서보안, USB보안, 외부활동보안 등 보안수칙을 세밀하게 설정해 조직원들이 준수토록 하고 있다.
통신보안의 경우 △개인 휴대폰이나 일반 전화기로 조직과 관련된 사항은 말하지 않는다 △조직과 관련된 사항은 반드시 공중 전화기나 비밀 핸드폰을 사용한다 △조직원 회합시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반 핸드폰 전원은 끄고 비상시를 대비해 반드시 비폰(지휘 성원 이상만 소지)만 켜놓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적시했다.
컴퓨터보안의 경우 △모임이나 학습을 진행시 노트북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는 자동으로 대화내용이 녹음되어 도청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노트북 전원을 끄고 진행한다. △문서를 작업한 후에는 반드시 흔적 지우기를 해야 하며 한극 2007 사용 후 최근 문서를 열면 파일 이름이나 열람한 파일명이 나오면 하나씩 확인후 삭제해야 한다. △개인 이메일로 회합 장소나 조직과 관련된 자료는 절대 송수신 하지 않는다 △노트북·PC 하드디스크는 6개월 단위로 교체한다 등이다.
문서보안의 경우 △종이에 학습내용 등을 작성하면 소각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분실로 인한 외부 노출시 조직보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종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득이 종이에 조직관련 내용을 작성한 경우에는 반드시 소각한다 △모든 문서는 암호화된 USB로만 관리한다고 했다.
USB보안도 별도로 정리했는데 △USB는 PGP,PGD 보안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암호화해서 사용해야 한다 △수시로 Eraser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를 삭제하고 삭제한 흔적을 SNOOP프로그램으로 다시 제거하여 분실 또는 수사기관 검거에 철저히 대비한다 △USB는 반드시 지퍼가 달린 주머니에 연결하여 분실되지 않도록 한다 △위험 상황 발생이 예상되면 신속히 USB에 장착된 칩을 파손하여 복구되지 않도록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외부활동에서는 △조직원들간에 회합시 수사기관의 미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꼬리따기’를 한다 △신변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경기도 인근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여 두었다가 유사시 활용한다 △유사시 대비하여 항상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소지해야 하고 잠수(도피)탄 후 재접촉시 서로 암구호를 교환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접촉해야 한다 △회합시 성원 상호간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상부에서 부여받은 ‘조직명’ 또는 ‘0형’이라는 호칭만 사용하다 △인터넷을 통해 북한관련 자료를 다운 받을 때는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PC는 절대 사용하지 말고 PC방을 이용하되, 같은 장소나 같은 자리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RO의 ‘보안’ 강조는 그들의 5대 의무중 첫 번째인 ‘조직보위의 의무’로 꼽히기도 한다. 이들은 이같은 ‘보안’이 조직원 개인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혁명역량’을 보존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RO의 보안 강조에 대해 “지하비밀조직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그들이 주장하는 통진당 경기도당 당원모임이라는 대중적 모임이 아닌 것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 등 당시 회합에 참여했던 이들이 한결같이 ‘통진당 경기도당 당원모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지하비밀조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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