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부글부글 민주당 "청와대 인선은 사오정 답변"


입력 2013.08.05 23:45 수정 2013.08.05 23:53        조소영 기자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청와대 개편으로 맞불 카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속내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문제로 장외투쟁을 벌이며, 이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김 대표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 2기 인선’이라는 맞불 카드를 내놨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선은 국회 청문회를 받진 않지만, 야당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진 않기 때문에 사실상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인사 무비판이라는 ‘또 다른 요구’를 얹은 셈이 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관행과 달리 야당에게 인사 개편에 관한 귀띔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대신 김 대표가 지난 3~4일에 이어 이날 세 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우리 측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이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을 방문해 영수회담 제안을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자 비서실장을 포함한 5개 분야의 인사 개편을 단행하는 ‘답’을 내놨다.

특히 대통령의 복심이 될 비서실장은 야당과 상극인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했다.

김 신임 실장은 법무부장관 퇴임 직후인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초원복국집에서 부산지역 기관장 등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대책을 논의한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그는 또 탄핵소추위원이자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2004년 당시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헌법재판소에 소추안을 제출, 탄핵심판이 시작되게 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의 핵심 멤버이자 정수장학회의 1기 장학생이며, 장학회 출신 모임인 상청회 회장까지 지냈다. 공안검사 시절에는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피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냈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제정 과정에도 관여하는 등 사실상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결국 야당의 입장에서 청와대의 속뜻을 살펴보면, 김 대표의 제안과 상관없이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힌다. 이 때문에 당내 기류 또한 매우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당내 주류로 꼽히는 한 의원은 “야당 대표가 고뇌에 찬 결단으로 담판 제안을 했는데 사오정 같은 답을 했다”면서 “오늘 한 일을 보면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내 대다수는 청와대의 이 같은 카드에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수회담은 영수회담대로 추진하고, 청와대 인선은 인선대로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김 실장 때문에 (회담이) 내키지 않는 분위기가 있을 수는 있지만,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니 지엽적인 문제를 갖고 시간 보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류 측 한 초선 의원도 “이것은 아예 별개 문제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 개편을 단행한 것은 야당의 영수회담을 받는 대신 청와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인사 문제를 무난하게 넘어가려는 속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투트랙으로 가다간 이른바 ‘천막당사 회군’의 명분이 될 영수회담 무산 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일선상에서 청와대가 오히려 ‘인사 카드’를 통해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려 준비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야당 측에서 특히 김 실장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것이라 인지하고, 김 실장이 이날 임명된 즉시 김 대표를 찾게 한 것은 물론, 향후 영수회담 주역으로 나서게 해 여러 모로 모양새를 갖추려 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초선 의원은 “정국 해결을 위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인데 전혀 엉뚱한 안(인사 개편)을 내놓아 정국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오전 여야 대표와 박 대통령이 만나는 ‘3자 회담’을 김 대표에게 제안하고, 김 대표 또한 “청와대의 공식 제안이 있다면 정국 상황이 엄중한 만큼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만큼 이를 통해 모든 상황이 일거에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소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