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16년째 국노' 김주성의 마지막 봉사


입력 2013.07.10 10:29 수정 2013.07.10 10:3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16년째 소속팀-대표팀 오가며 강행군 '한국의 팀 던컨'

2013 아시아선수권-2014 아시안게임 '유종의 미' 기대

김주성(왼쪽)은 백전노장이지만, 아직 대표팀 내 그를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 연합뉴스

한국 농구의 간판 김주성(34·동부)은 대표팀 최장수 멤버다.

단순히 나이로는 이승준이나 문태영이 더 위지만, 대표팀 경력으로 따지면 김주성보다 오래된 선수는 없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본격적으로 성인대표팀 1진에 승선하기 시작한 김주성은 벌써 16년째 변함없이 대표팀의 간판스타로 태극마크를 지키고 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김주성과 함께 금메달의 영광을 같이했던 멤버들 가운데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김승현(삼성) 한 명뿐이라는 사실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김주성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조심스럽게 대표팀 은퇴에 대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역대 대표팀 빅맨 계보를 살펴봐도 서장훈이 32세(2006 도하 아시안게임), 김유택이 31세(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 태극마크를 완전히 내려놓은 것을 감안하면 김주성의 은퇴 시기가 이르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대표팀은 김주성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 대체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10여 년 넘게 매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오면서도 국가의 부름이 있을 때마다 기꺼이 응하며 최선을 다해왔다. 이로 인해 항상 크고 작은 잔부상과 체력부담을 달고 살아야 했다.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끊임없이 혹사당하는 김주성을 두고 일부 팬들은 '국노(국가의 노예)'라는 동정 섞인 별명을 붙였을 정도다.

오는 8월 필리핀 마닐라서 열리는 2013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김주성은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 것이 유력시된다. 서장훈의 은퇴와 하승진 군입대, 오세근 부상공백 등으로 김주성이 대표팀의 골밑을 지키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현재 2013 윌리엄존스컵에 출전해 아시아선수권을 위한 막바지 전력 담금질에 한창이다. 여기에서 김주성의 존재감은 단연 빛난다. 김종규-최부경 등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의 빅맨진을 조율하고,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빛을 발하는 이승준을 뒤에서 받쳐주며 공수 양면에서 궂은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김주성은 존스컵에서 주전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조커'로 중용되고 있다. 예전처럼 주전으로 뛰며 많은 시간을 나서지는 않지만, 그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대표팀의 경기력은 분명 차이를 드러낸다.

전성기만큼의 화려한 운동 능력과 체력은 아니지만, 코트에 나설 때마다 안정된 2선수비와 절묘한 타이밍의 블록슛으로 수비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넓은 시야와 패스센스를 통해 수비를 흔들고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주기도 한다.

올 시즌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소속팀을 NBA 파이널로 이끈 팀 던컨(샌안토니오)처럼 김주성도 아직까지는 대체자가 없는 '한국의 던컨'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한국은 올해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부터 중국, 이란 등 강력한 높이를 자랑하는 우승후보들과 한 조에 속해 리바운드 싸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승준은 아직 문태영과 귀화혼혈선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고, 김종규-이종현 같은 신예 빅맨들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김주성 같이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을 자랑하는 베테랑의 중요성이 크다.

김주성은 태극마크를 달고 총 5번이나 아시아선수권 무대에 출전했으나 우승은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농구대잔치 세대가 주축이 된 1997 아시아선수권이 마지막 우승기록이며 세계선수권도 1998 그리스 대회 이후 나가보지 못했다. 오랜 세월 국내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김주성으로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면 2014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대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다. 현실적으로 김주성의 마지막 국가대표 은퇴 무대도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성으로는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아시안게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면 후련하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준목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