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었던 리카온들 ‘One Team'으로 돌아오라
태극마크 달면 끓는 승리욕과 근성 '한국 트레이드마크'
최근 얼룩진 축구대표팀 'One Team'으로 힐링 가능
한국 축구대표팀 멤버들은 전통적으로 분명한 공통점 하나가 있다.
용솟음치는 승리욕이다. 잔디만 밟으면 끈기 있는 늑대로 돌변하고, 꾸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의 숨통을 조인다.
2006 독일월드컵이 그 예다. 당시 FIFA는 한국-스위스전 직후를 주목했다. 스위스에 덜미를 잡힌 뒤 분투한 이천수는 엎드려 펑펑 울었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 상황을 주시하며 “월드컵 가치를 드높인 경기였다. 졌지만 총력을 기울인 한국 대표팀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4년 뒤 2010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비슷한 찬사를 들었다. 우루과이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인의 끈기와 투지는 아시아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운 것. 특히, 우루과이 간판 공격수 포를란은 “후반 내내 숨이 차올라 고통스러웠다.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며 한국대표팀의 불가사의한 지구력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8일 U-20 월드컵 8강전에서도 태극전사들의 끓는 승부욕이 진동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연장 대접전(3-3)을 넘어 승부차기 혈전 끝에 4-5 석패했다. FIFA는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전율케 하는 클라이맥스였다. 연장 종료 직전 3-3으로 따라붙은 한국의 저력은 충격적”이라고 호평했다. 예나 지금이나 축구대표팀의 승리욕은 변함없다.
2000년대 많은 태극전사가 유럽으로 진출했다. 선진축구 환경에 적응한 젊은 피들은 주관이 뚜렷해졌다. 대표팀에 오면 당당하게 자신의 축구철학을 말한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파와 해외파의 괴리감이다. 이미 한국과 비슷한 환경의 일본대표팀이 경험한 바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출신 나카타 히데도시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대표팀에 이탈리아 전략을 접목하려가 실패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나카타와 일본 선수들의 불화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사례를 비추어볼 때 한국 또한 ‘국내파 vs 유럽파’ 살얼음판 긴장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은 이유는 ‘들끓는 승리욕구’ 때문이다. K리거, 유럽파, 주전, 후보 모두의 최종 목표는 한 가지다. 매게임 사생결단 자세로 임해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각오다.
1986 월드컵 이탈리아전(2-3), 1994 월드컵 독일전(2-3), 1998 월드컵 벨기에전(1-1), 2002 월드컵 이탈리아전(2-1), 터키전(2-3), 2010 월드컵 우루과이전(1-2)이 대표적 예다. 패색이 짙어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상대팀을 진저리나게 했다. 특히, 1994 월드컵 독일전에선 독일 관중마저 태극전사의 집요한 승리욕에 매료됐다. 한국이 0-3에서 2-3까지 단숨에 추격하자, 일부 독일 관중은 “진격의 꼬레아~도이칠란트를 때려 부숴라(zerschlagen)”라고 외쳤다.
참다못한 독일 간판 에펜베르크가 자국 응원단을 향해 도발했다.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것. 결과적으로 몰상식했지만, 팀 사기를 끌어올려 3-2 신승을 지켰다. 훗날 에펜베르크는 “우리가 아직 1골 차로 앞서 있는데 왜 야유를 퍼부었는지 모르겠다. 빠르고 단단한 한국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라고 회상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한국에 대해 영국언론은 리카온(아프리카 들개)을 들어 비유하기도 했다. “한국과 격돌하게 된다면 피 말리는 싸움을 각오하라. 도무지 포기를 모르는 팀”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K리거와 유럽파 모두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면 ‘애국자’가 된다. ‘근성’ 혹은 ‘목표’가 같기에 기성용 SNS 파문 등으로 얼룩진 혼탁한 현재의 부작용은 얼마든 상쇄시킬 만한 저력이 있다. 그리고 그 저력을 끌어내는 도구가 바로 ‘One Tea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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