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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또 진화한 무대 위 제왕 “넘어설 자는 자신뿐”


입력 2013.06.01 12:55 수정 2013.06.01 17:27        이한철 기자

무대·조명·영상·가창력, 그리고 쏟아지는 히트곡

조용필 콘서트에서만 가능한 ‘신기한’ 경험

조용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조용필(63)이 다시 한 번 국내 콘서트의 제왕임을 입증한 무대였다.

쩌렁쩌렁한 조용필의 보컬과 밴드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위대한 탄생의 고품격 연주,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히트곡 퍼레이드. 여기에 무빙 스테이지와 무대 객석 뒤편까지 에워싼 LED 영상과 완벽한 사운드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작비와 최첨단 장비가 투입된 조용필의 무대는 세계 최정상급 스타들의 무대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물량공세조차 조연으로 머물게 할 만큼, 공연의 핵심은 단연 흔들림 없는 ‘가왕’의 가창력이었다.

조용필은 31일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1만여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2013 조용필 & 위대한 탄생 투어 콘서트 헬로(HELLO)’의 서막을 열었다.

객석에는 19집 앨범을 통해 뒤늦게 조용필의 존재감을 확인한 20대 팬부터 80년대 조용필의 전성기를 함께한 40~50 세대, 그리고 70년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즐겨 불렀던 60~70대까지 전 세대가 한데 어우러졌다.

지난 4월 19집 앨범으로 전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조용필이기에 2년 전 공연과는 선곡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19집 앨범 수록곡 8곡과 함께 자신을 대표하는 록 넘버들을 위주로 레퍼토리를 채운 가운데, 중간 중간 성인 취향의 곡들을 배치해 올드 팬들을 배려했다.

공연은 시작부터 강력한 비트와 화려한 입체 사운드의 향연이 펼쳐졌다. 360도 서라운드 스피커로 객석 곳곳에서 ‘헬로’ ‘헬로’가 울려 퍼지며 인사를 건넨 조용필은 미닫이문처럼 설치된 초대형 LED세트 ‘미디어 월’이 양 갈래로 갈라지자 두 손을 번쩍 들며 등장했다.

특히 2011년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무빙 스테이지’는 초반부터 빛을 발했다. 첫 곡 ‘헬로’에 이어 ‘미지의 세계’와 ‘단발머리’가 흘러나오자 조용필의 무대는 플로어석 관객들의 머리 위를 지나 2층 객석 앞까지 나와 팬들을 맞이했다.

조용필은 “1년 반 만의 무대라 리허설 할 때 긴장됐다”면서도 “무대 위에 막상 나오니 편안하다. 오늘은 소리도 지르고 손뼉도 치고 춤도 추면서 즐겁게 놉시다”라며 팬들의 흥을 돋웠다.

이어 새 앨범 수록곡 ‘널 만나면’과 ‘서툰 바람’을 부른 조용필은 30여 년 전 빅히트곡 ‘고추잠자리’ ‘자존심’을 연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최신의 사운드를 자랑하는 19집 앨범 수록곡은 과거 곡들과 뒤섞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후 공연은 록 넘버들과 발라드, 트로트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며 템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판도라의 상자’ ‘못찾겠다 꾀꼬리’ 등에서 강렬한 록 사운드로 신나게 달리다가 ‘어느 날 귀로에서’ ‘걷고 싶다’ 등에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걷고 싶다’에선 이날 발표된 뮤직비디오를 띄운 뒤 그 위에 라이브로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또 중반 이후 인천신흔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만든 뮤직비디오를 배경으로 꾸민 ‘바운스’ 무대를 시작으로 ‘창밖의 여자’ ‘꿈’ 등이 흘러나오자 떼창의 파도가 공연장을 뒤덮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 깊은 장면은 ‘남겨진 자의 고독’ 도입부에 펼쳐진 조용필의 기타 솔로 연주다. 무대 위에 홀로 기타를 맨 조용필의 모습은 3개의 LED 화면을 가득 채웠고, 어둠 속 절제된 조명 아래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과 강렬하면서도 슬픈 멜로디는 팬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관객들은 마지막을 장식한 ‘모나리자’와 ‘헬로’는 물론, 앙코르 무대인 ‘나는 너 좋아’ ‘충전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요’가 끝날 때까지 객석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조용필을 연호했다.

조용필의 공연은 늘 시대를 앞서갔다. 새로운 투어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편곡, 새로운 무대와 조명으로 관객들을 맞았다. 최첨단 장비에 대한 투자와 집착은 이미 무대 위에서 증명됐고,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낼 노하우도 갖췄다. ‘가왕’의 무대를 넘어설 가수는 과거에도 그랬듯, 여전히 조용필뿐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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