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3승, 돌직구 꽂는 정공법 통했다
콜로라도전 6이닝 2실점 승리 투수
94마일 이른 직구로 상대 타선 압도
‘다저스 괴물’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시즌 3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2실점 12탈삼진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전 안타를 때려내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시즌 타율은 0.333. 그야말로 공수 양면에 걸쳐 만점짜리 성적표를 받은 류현진이다. 류현진 활약으로 다저스는 6-2 완승, 승률 5할(13승13패)의 균형을 맞췄다.
가장 주목할 장면은 최고 시속 94마일(약 151km)에 이른 빠른 직구였다. 그동안 류현진은 직구 구위가 평균 이하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보란 듯이 돌직구를 꽂으며 의구심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사실 류현진의 직구는 데뷔 이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가늠할 중요 잣대로 여겨졌다. 140km 중반대의 직구 평균 구속으로는 기술과 힘이 뛰어난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류현진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칼날 제구와 직구의 약점을 보완할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이 요구됐다.
실제로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와의 데뷔전부터 지난 뉴욕 메츠전까지 다른 투수들에 비해 직구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았다. 첫 승을 따냈던 피츠버그전에서는 101개의 투구 수 중 직구는 50개에 불과했고, 최악의 투구였던 볼티모어전(6이닝 5실점)에서는 직구 로케이션 자체에 어려움을 겪자 곧바로 난타를 당했다.
그러자 류현진은 약점을 피해가기 보다는 정면 돌파의 의지를 뚜렷이 했다. 뉴욕 메츠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날이 풀리면 직구 구속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150km는 찍어야 한다”며 정공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번 콜로라도전에서 류현진의 직구는 빛을 발했다.
이날 류현진은 투구수 105개 가운데 직구가 60개에 이르러 말을 곧 실천으로 옮겼다. 반면, 주무기 체인지업은 18개만을 사용했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각각 14개-13개 던졌다. 직구 구사율을 높인 류현진의 볼 배합은 체인지업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콜로라도 타자들을 유린했다.
빅리그 진출 후 최다인 12탈삼진 중에서도 직구를 결정구로 사용한 횟수는 7개에 달했다. 여느 때보다 빠른 직구 구속에 제구까지 마음대로 되자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됐다. 특히 체인지업 대신 결정구로 선택한 커브는 상대 타자들이 보고도 배트에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후유증도 있었다. 초반부터 온힘을 다해 던지다 보니 투구 수가 불어나면서 구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90개를 넘겼을 때는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6회 2사 상황에서 카를로스 곤잘레스와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준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현재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의 한계 투구수를 100개로 잡고 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되고 체력 저하가 불가피해질 시점이 다가오면 한계 투구수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5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가져가던 류현진은 지난 메츠전부터 4일만 쉰 뒤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류현진은 구위와 제구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제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메이저리그는 한국 프로야구에 비해 휴식일이 적고, 긴 이동거리와 들쭉날쭉한 경기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체력이라는 가장 큰 산을 넘어야 목표했던 10승도 달성할 수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