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비웃어?' 보란 듯이 3가지 의혹 해소
리그 1위 타선 맞이해 7이닝 1실점
스피드-체력 등 고개들던 우려 해소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뉴욕 시티필드서 열린 ‘2013 MLB' 뉴욕 메츠전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호투 속에 1실점 했다(다저스 3-2승).
포수 에르난데스와 호흡을 맞춘 류현진은 빛나는 피칭을 선보인 덕에 4.01이었던 평균자책점도 3.41로 크게 떨어뜨렸다. 비록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3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스스로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일각의 의구심을 모두 날려버렸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볼티모어전(6이닝 5실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피칭으로 몇 가지 의문과 과제를 남겼다. 현재의 스피드로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투구수가 100개에 가까워지면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 그리고 동부지구 팀과의 낮 경기 적응력 등이 그것.
일각에서는 “그러면 그렇지, 류현진은 안 통한다” 등 비아냥거림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핑계대지 않던 류현진은 보란 듯이 이번 메츠전에서 이 3가지 의혹을 떨쳐버렸다.
리그 1위 타선 상대로 펼친 호투
당초 이 경기는 다저스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선발 제레미 헤프너가 올 시즌 매우 부진했기 때문이다. 헤프너는 올 시즌 4경기(3선발)에 등판해 14이닝 동안 7개의 홈런을 얻어맞는 등 무려 7.0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따라서 류현진만 잘 던지면 다저스가 무난히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다저스 타선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다저스는 경기당 평균 3.2득점을 기록, 이는 내셔널리그 15개팀 중 14위에 불과했다. 헤프너는 다저스 타자들의 도움(?) 속에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7이닝 동안 1점만 허용하는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올해 헤프너를 상대로 홈런을 뺏어내지 못한 팀은 다저스가 유일하다.
다저스와 달리 메츠는 리그 최고 수준의 강타선을 보유한 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평균 5.68득점을 기록 중이었고, 이는 내셔널리그 1위였다. 그런 메츠 타선이 류현진을 상대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볼넷과 폭투가 원인이 된 6회의 1실점이 유일한 옥에 티.
메츠를 상대로 한 류현진의 피칭은 앞선 볼티모어전과는 전혀 달랐다. 공 끝이 살아 있었고, 제구도 낮게 이루어졌다. 류현진이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스피드는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다.
7이닝 투구의 의미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했다. 류현진은 5회까지 65개의 공으로 타선을 요리했지만, 6회에는 무려 32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가 100개에 근접해 7회 마운드에 오른다 해도 출루를 허용한다면 강판될 수도 있는 상황.
실제로 류현진은 앞선 4번의 등판 중 3번이나 7회 마운드에 있을 때 강판됐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전과 애리조나전에서는 2명의 주자를 남겨 놓고 내려왔다. 볼티모어전에서는 투구내용 자체가 나빠 7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선 7이닝 이상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류현진은 바로 이날 경기에서 그것을 입증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공 12개로 세 타자를 처리, 자신의 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투구수 100개가 넘어가도 여전히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의미는 상당히 크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도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면서 "7회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이닝이다. 이전까지 불펜이 4경기에서 18이닝을 던졌다. 7회를 앞두고 류현진이 더 던질 수 있다고 말했고 잘 막아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동부지구 낮 경기도 문제없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낮경기를 경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낮 경기가 잦다. 특히, 미국 동부와 서부는 3시간의 시차까지 존재한다. 류현진이 볼티모어전에서 부진하자 이에 대한 걱정도 고개를 들었다.
메츠전도 지난 볼티모어전과 같은 시간에 시작됐다. 그리고 류현진은 지난번의 부진이 일시적이었다는 것을 최고의 호투를 통해 입증했다. 낮경기의 생소함이나 서부와의 시차, 엄청난 이동거리가 주는 피로감도 아무 문제가 되지 못했다. 류현진은 ‘적응력’도 괴물급이었다.
류현진은 다음달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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