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1명이 부양해야 할 노년층 인구↑
연금 시스템 작동·역할·재정운영 재설계해야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기금적립 방식 등
최근 여야가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하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로 조정하는 모수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2007년 이후 답보 상태였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합의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모수개혁만으로는 기금 고갈 시점을 약 9년 늦추는 데 그쳐 미래세대에 여전히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구조개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조개혁, 낯설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
구조개혁이라는 단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쉽게 말해 국민연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닌 연금 시스템의 작동 방식, 역할 분담, 재정 운영 방식 등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일하는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로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세대 간 부양 방식’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젊은 세대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썰매를 끄는 ‘사람’, 수급자를 썰매에 탄 ‘손님’으로 가정하면 썰매를 끌어야 할 젊은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썰매에 타야 할 수급자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썰매의 무게(모수개혁)만 약간 조절한다고 해서 끄는 사람의 힘듦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근본적인 썰매 운행 방식의 변화 없이는 썰매 자체가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세대 간 부양 방식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보험료 부담 증가다. 젊은 세대 1명이 부양해야 할 노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보험료 부담이 급증한다. 현재 젊은 세대는 소득의 13%로 합의한 보험료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연금 수령액도 낮아질 수 있다. 기금 고갈 우려로 인해 미래 세대가 받을 연금 수령액은 현재 세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세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 치솟는 집값 등으로 노후 준비가 어려운 젊은 세대에게 국민연금마저 불안정해진다면 노후 불안 심화로 사회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구조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구조개혁은 국민연금의 단순히 몇 가지 수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여러 방식의 구조개혁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기금 적립 방식 도입이다. 개인별 연금 계좌를 만들어 납부한 보험료를 적립하고 은퇴 후 적립된 기금과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치 ‘개인연금 통장’을 운영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는 자신이 낸 보험료가 미래에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노후 준비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또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마련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양한 노후 소득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퇴직금의 연금화, 개인연금 세제혜택 지원 등도 포함된다.
자동조정장치 역시 구조개혁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 급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자동으로 늦추거나 경제 성장률에 따라 연금 급여를 조정할 수 있다.
김상균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까지 이 3개를 동시에 같이 고려하는 쪽으로 가게 되면 지금 현재 고민할 수 있는 구조개혁 논의 중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초점은 지속가능성…해외로 보는 성공 사례는 [연금개혁 골든타임④]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