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인도·태평양지역 순방길에 방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미국 정보 수장이 일본 등 4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에는 들르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고위 인사들이 일본을 방문하면서도 가까운 한국에 들르지 않는 것은 12·3 계엄사태 이후 탄핵 국면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22일(현지시간)까지 털시 개버드 국장이 미국 하와이를 비롯해 일본과 태국, 인도, 프랑스를 방문했다고 23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 각료급 인사의 일본 방문은 처음이라고 NHK는 전했다.
개버드 국장은 일본에서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해 고위 정보 당국자와 외교관을 만났다. 국가정보국은 개버드 국장이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도시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버드 국장이 다음에 일본을 방문하면 이 도시들을 찾아 핵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비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전쟁 방지·핵 확산 반대 노력을 강조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개버드 국장에 이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 주 하와이, 필리핀, 일본을 방문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당초 한국 방문도 검토했으나 막판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에서 태평양전쟁 격전지였던 이오토를 찾아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함께 미·일 합동 위령식에 참석하고, 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헤그세스 장관의 방한을 미측과 협의했으나, 한국은 끝내 순방지에서 제외됐다. 한국 국방장관이 공석으로 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정국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