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안영농조합법인 농어업위 축산업 혁신 조사료 부문 선정
열풍 건초 제조 기술 도입해 고품질 건초 생산으로 시장 확대
수입산 대체로 조사료 수급 불안정 해소, 품질 개선까지 도모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우·젖소 등 되새김가축을 기르는 축산농가에서는 풀 사료인 조사료가 필수다. 하지만 국내산 조사료 품질 및 수급 등 문제로 주로 수입 조사료를 이용하고 있다.
수입 건초는 국내산보다 약 1.5배에서 2배 높다. 또 수입해 오는 만큼 환율 영향을 받는다. ‘고환율’ 시기엔 사료비가 증가하고, 사료비 부담은 축산농가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생산국의 기상과 생산여건 등에 따라 물량 확보 어려움 등도 겪을 수 있다.
수급 불안, 농가 경영비 부담 등 해소를 위해선 국내산 조사료 생산 확대는 시급하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신용안영농조합법인은 양질 국내산 조사료 대규모 생산·공급체계를 구축해, 지난해 농어업위 축산업 혁신사례(조사료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지역 농가 조직화…통합 조사료 생산·품질 관리로 수입 조사료 ‘대체’
“법인을 운영 중이지만, 저 혼자 잘 살자고 운영하기보단 상부상조하면 좋잖아요. 경종 농가 수익도 보장해 주고, 저는 양질의 조사료를 생산해 축산 농가 니즈를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김원태 신용안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국내산 열풍 건초 생산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근 경종·축산 농가 유휴 경지를 활용해, 조사료 생산 재배면적을 305ha로 규모화했다.
김 대표는 열풍 건초 생산이 지역 경종농가와 본인 모두 ‘상부상조’라고 표현했다.
경종 농가가 유휴 경지를 활용해 양질의 조사료를 생산하게 되면 비용적인 부분에서 이득을 얻게 된다. 김 대표는 해당 조사료를 열풍 건해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한우 사육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안영농조법인이 열풍 건초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건 2022년부터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열풍 건초 생산시스템을 현장에서 실증하기 위해 2022년 연간 곤포 사일리지 약 4만롤을 생산하고 있는 신용안영농조합법인에 관련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했다.
신용안영농조합법인은 전기 승압 등 부대설비와 인건비 일체를 제공하는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2023년 농진청 시범사업과 연계해 양질의 고품질 알팔파, 이탈리안라이그라스 건초를 연간 1200t가량 생산하고 있다.
열풍 건초 생산시스템은 동계 작물 예취 이후 반전을 거쳐 수분 함량이 40% 이하가 되도록 자연 건조한 뒤, 이를 수거해 열풍 건조기에서 수분 함량을 10% 정도까지 낮추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은 수확기 우천 등 기후 환경과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2023년부터 열풍 건초를 생산한 신용안영농조합법인은 3년 만에 생산·판매량이 약 20배가 늘었다. 생산 첫 해 한 달에 약 평균 10t 생산했으면, 2년 차엔 한 달에 평균 50t으로 증가했다. 3년 차엔 한 달 평균 생산량이 약 200t까지 증가했다.
김 대표는 “열풍 건초 생산 첫해엔 판매량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기계를 하루에 2~3일 정도 돌려 한 달에 10t가량 생산했을 것”이라며 “이후 2년 차에 낙농, 한우 등 농가에 납품하고 3년 차엔 승마장 등과도 계약하면서 첫해에 비해 판매량이 약 20배는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안영농조합법인은 공공 승마장 및 전북지역 말산업 경영체를 고정 판매처로 확보했다. 법인은 열풍 건초 약 30t을 기존 수입 티모시 건초 대비 80% 이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즉, 수입 건초를 사용하던 공공 승마장 등에서 국내산으로 대체한 셈이다.
설비 개선 등 지원책 필요…“국내산 조사료 생산체 증가 기대”
최근엔 주문량이 급격히 증가해 되려 생산 한계로 계약을 못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열풍 건초를 생산할 수 있는 기계는 1대뿐이고, 하루 생산량이 한계가 있어서다.
김 대표는 “생산량을 늘리려면 기계가 필요하고, 기계를 놓을 수 있는 장소(창고)도 있어야 한다”며 “기계만 해도 약 4억원이다.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물량을 늘리고 싶지만 시설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산 조사료 판매 시 폭리를 취할 순 없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우리 경영비를 가지고 재투자하긴 어렵다. 정부 부처 등에서 설비 개선, 설비 재투자 등 비용적 측면에서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향후 국내산 조사료 생산 업체가 많아져 경쟁력을 갖췄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와 민간 등 관심이 증가하면 전국적으로 조사료 생산체가 늘어나고, 이는 국가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건실한 국내산 조사료 생산체가 늘어나면 기술력, 경영비 절감 차원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 본다”며 “그렇게 되면 축산농가는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데다 수급 안정성까지 겸한 국내산 조사료를 이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비용 절감, 이물질 적어 편리”…국내산 열풍 건초 선호도↑
국립축산과학원과 한국마사회는 열풍 건조 보급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신용안영농조합법인에서는 이탈리안라이그라 열풍 건초를 생산해 익산시 공공 승마장 및 인근 민간 승마장에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에는 열풍 건초를 경주마에 시범 급여한 바 있다. 당시 마사회 조교사를 대상으로 인식 조사한 결과, 열풍건초 장점으로 ‘급여 편리’(30%), ‘이물질 적음(21%)’을 꼽았다.
김원태 대표 또한 본인 소유 젖소농장(브니엘 목장)에서 열풍 건초 이용을 통해 연간 수입 건초(티모시, 연맥) 320t을 대체 급여하고 있다.
농장의 착유우 60두, 육성우 60두, 건유우 10두에 대한 수입 건초 대체에 따른 원가 절감액은 연간 6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브니엘 목장 착유우에게 기존 TMR 내 연막 3kg+톨페스큐 2kg 대신 열풍 건초 3kg+볏짚 2.5kg을 급여한 결과, 기호성과 유생산성이 더 확보됐다고 한다. 또 사료비 절감 효과도 있어 목장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비용 절감, 이물질 적음 등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상동 익산공공승마장 원장은 “6개월 넘게 수입 조사료와 국산 조사료를 비교해 먹어봤는데, 기호성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며 “특히 수입 조사료는 돌, 흙, 쓰레기 등 이물질이 많다. 이물질을 제거하면 실제로 구매한 양보다 적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입 조사료는 환율이 올라갈 때마다 부담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다”며 “한번 환율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비용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반면 신용안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 국산 조사료는 열풍 건조 시스템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이물질도 없다”며 “이물질이 섞인 수입 조사료를 먹었을 때 말이 아파 치료비까지 들어갈 걸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수입산보다 국내산 조사료 이용 시 40% 수준의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