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안성 9공구서 안전관리 인력 4명 추가 배치
전담 인력 배치로 구조물 안전 꾀했지만 실효성 無
“안전 전담 인력 증원보다 시공 인력 확보가 우선”
지난달 말 교량 붕괴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현장은 한국도로공사의 안전 강화 시범구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공사의 방침에 따라 구조물 안전관리 인력 4명이 추가 배치됐으나 결국 교량 붕괴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14일 한국도로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교량 붕괴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건설안전관리자를 배치하는 도로공사의 안전관리실 시범운영 사업이 시행돼 오고 있다.
도로건설 현장에 구조물 등 안전을 주로 관리하는 건설안전관리자를 배치해 안전전담조직인 안전관리실을 구축한다는 것이 시범사업의 골자로 서울세종고속도로에서는 안성~용인 구간 5공구에서도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근로자의 안전관리를 위한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는 것은 법제화돼 있지만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상 구조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업무는 통상 시공지원 부서가 담당하고 안전 관련 전담 인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제도적 개선을 위해 시범사업 현장에 건설안전관리자 2명과 안전보조원 2명 등 총 4명의 인력을 각각 추가 배치하도록 했고 지난해부터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건설안전관리자 운영 등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건진법상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시공사가 전담 관리자를 배치하도록 시범사업을 시작해본 것”이라며 “전담 인력 없이 보통 시공 관련 인력이 건진법에서 요구하는 안전관리를 함께 맡아 생기는 공백을 줄여보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현장에서 오히려 교량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도로공사의 제도 개선 취지가 무색해졌다. 구조물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고자 했던 안전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으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게 됐다.
도로공사가 건설현장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자 시공사에 관련 인력 추가 배치를 요구했지만 충분한 시공 인력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관리 인력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구조물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면 시공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건설 현장을 들여다 보면 시공 인력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인건비 문제 등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품질, 근로자 안전, 구조물 안전 등 전담 인력을 별도로 지정하게 되면 오히려 시공 인력은 더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현장 인력이 부족해 안전 관리자가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건설 현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단순히 안전 강화를 추진한다고 해서 근로자와 구조물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현재 도로공사의 시범 사업을 향후 제도화하더라도 시공사가 실제로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을 배치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공사가 이번 시범 사업에서 규정한 자격 기준은 건설안전관리자의 경우 안전기사 자격증 소지자로 토목 시공 분야 중·고급 이상 인력이다. 안전 보조원은 토목 시공 또는 안전 경력 2년 이상이다.
하지만 천안~안성 9공구 현장에 배치된 4명의 인력 중 안전보조원 1명은 도로공사가 제시한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자격 요건은 법제화된 내용이 아니라 시범사업에 대한 공사 내부 지침으로 충족이 어려울 경우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최초 도입되는 사업이다 보니 채용 시 필요한 경력에 대한 기준이 현장에선 애매하다며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상황과 관련,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때문에 시공 인력들이 해당 업무에 지원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시공 관련 인력이 공사와 안전 등을 전반적으로 챙기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