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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조 '잭팟' 예고된 MASH 치료제, 개발 난항에도 국내 제약사 '악셀'


입력 2025.03.11 14:44 수정 2025.03.11 14:44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베링거인겔하임, 유한양행에 MASH 후보물질 반환

화이자·길리어드 등 글로벌 빅파마도 ‘난항’

개발 이어가는 한미·동아에스티…33조원 성장 예고

국내외 제약사들이 높은 난이도의 MASH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이미지.

제약사들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개발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베링거인겔하임이 유한양행에 MASH 신약 후보물질을 반환한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연 33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되는 MASH 시장을 잡기 위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유한양행으로부터 도입한 MASH 신약 후보물질 ‘YH25724’을 반환했다. 이 후보물질은 2019년 7월 유한양행이 8억7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수출했다.


유한양행은 후보물질 수출 당시 받은 계약금 4000만 달러(약 580억원)와 마일스톤 기술료 1000만 달러(약 140억원)는 반환 의무가 없어 재무적 손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MASH 신약 후보물질 반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도 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33619’를 유한양행에 반환했다.


동아에스티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동아제약의 신약 개발사 동아에스티는 2016년 미국 제약사 토비라에 ‘슈가논’을 MASH 치료제로 수출했지만 토비라가 앨러간에 인수되며 2017년 권리가 반환됐다.


글로벌 빅파마도 MASH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화이자는 2023년 12월 MASH 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이 임상 2b상에서 높은 이상 반응 발생률을 나타내 임상 3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MASH 치료제 ‘셀론서팁’도 개발을 중단했다. 길리어드는 후보물질을 활용해 MASH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했지만,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며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애브비 또한 ‘아세라팁’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많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MASH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 미국 FDA 허가를 받은 MASH 치료제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레즈디프라’가 유일하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염증이 발생, 섬유화나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MASH는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명확한 표적을 잡기 어렵고 치료제 또한 단일 기전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MASH 시장이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 ‘잭팟’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FDA 문턱을 넘은 레즈디프라는 낮은 반응율과 잦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억8010만 달러(약 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71억원에서 오는 2026년 6조723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33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처럼 유망한 시장인 만큼 제약사들은 몇 차례 고배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후보물질 반환과 관련해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에 대한 가능성 및 임상에서의 긍정적인 안전성 결과에 근거해 해당 물질의 개발을 지속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에스티도 자체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자회사 메타비아는 MASH 후보물질 ‘DA-1241’의 2상 탑라인(주요지표) 데이터 분석 결과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DA-1241은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합성신약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위약 대비 치료 유효성과 안전성, 내약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2b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MSD에 기술 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 2b상 단계에 있다. MSD는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에피노페그듀아티드 R&D 로드맵을 공개, 임상 2a상에서 간 섬유화를 72.7% 줄이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의 확산으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MASH 치료제의 상업적 잠재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2024 년 3월에 출시된 레스메티롬 하나만 있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MASH 치료제는 복잡한 질병 기전과 다양한 환자군으로 인해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많은 분야”라면서도 “동반 질환 치료제와의 병용 투여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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