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검찰과 짜고 가결" 발언 논란 일파만파
비명계 "따귀 때리고 어르는 격" "표리부동"
'개헌' '완전국민경선제' 시선 돌리기 의구심
조기 대선 국면서 향후 통합 행보, '빨간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약 2년 전 21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 검찰과 당내 일부 의원들 간 '유착 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따귀를 때리고 어르는 격"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비명계 인사들과의 2월 한 달간 연쇄 회동으로 물꼬가 트이는가 싶던 이 대표의 통합 행보는 그간 '말 바꾸기' 논란과 같은 '진정성 의구심'에 재차 직면했을 뿐만 아니라, 조기 대선 국면 가운데 이어질 당내 통합 행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직 비명계 중진 의원은 6일 통화에서 "참 희한한 인물이다. 당시 검찰과 민주당 모두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는데 짜긴 뭘 짜느냐"라며 "2년 전 일(체포안 가결 사태)을 아직도 의심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상상을 유튜브 방송에서 무편집으로 말하면서 갈등을 다시 조장하는 것이 과연 유력 대권주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나 싶다"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2023년 9월 21대 국회 당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된 상황을 언급하며 "당 내 일부와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며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긴 하지만 대충 (시기가) 맞더라"고 검찰과 일부 비명계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2년 전 상황을 조기 대선 국면에서 꺼내든 것이다.
이후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를 비롯한 당 안팎에서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 "통합 행보는 쇼에 불과했다"는 등 성토가 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쨌든 당에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모아서 이 혼란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제 다 지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전직 비명계 의원은 "경악스럽다. 번갯불에 콩 볶듯, 웃으며 마주 보고 있다가 따귀 한 대 때리고 어르는 건가"라며 "언제는 총구를 내부가 아닌 밖으로 향하자더니 이 대표가 총구를 안으로 겨눈 꼴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에서 비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개헌이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줄곧 요구하는 데 대한 견제성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직 이 의원은 "우리가 개헌, 오픈 프라이머리를 계속 요구하니까 이 대표가 난처해서 그런지 돌발 발언으로 이슈를 돌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비명계와 검찰 내통' 의혹 제기에 체포안 가결 당시 지도부였던 고민정 의원도 우려를 표했다. 고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그 발언은 바둑으로 치면 악수 중에 악수를 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가 구축하려던 통합 이미지와 정책적 이슈 선점 시도가 이번 발언으로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대표가) 정책행보와 통합행보로 대한민국을 통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어제 그 발언으로 인해서 공든 탑이 다 가려지게 돼버릴 것"이라며 "말을 얹으면 얹을수록 당내 분열 혹은 여러 가지 논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 대표가 그 뚜껑을 열었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짚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했다.
비명계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전 의원도 분개했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대표의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봤다고 했다. 국민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이냐. (이 대표는) 어제의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비명계 탈당파를 주축으로 구성된 새미래민주당에서도 거센 반발이 나왔다. 전병헌 대표는 페이스북에 "결국 공천 학살이 정치 보복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먹었던 것 또한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새미래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종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그간 이 대표와 민주당의 통합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민주당과 내통해서 계엄을 해제했다고 공격해대는 이들과 뭐가 다를 게 있겠는가. 이런 식의 적대를 확산시키는 건 중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조기 대선 국면 가운데 이어질 당내 통합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대권 주자 측 관계자는 "통합 행보를 잘 하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말짱 도루묵이 된 것"이라며 "그러면서 '다 지나간 일'이라고 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겠나. 추후 통합 행보가 있다면 진정성에 물음표가 던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