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뻐"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데뷔한 후 배우와 그룹 SF9 멤버로서 가수 활동을 병행해 온 강찬희. 그는 '내 마음이 들리니', '여왕의 교실', '시그널', '스카이 캐슬', '슈룹'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번 티빙 '춘화연애담'에서는 학문과 성품, 외모까지 완벽한 이장원 역을 맡아 또 한 번의 도약을 보여줬다.
'춘화연애담'은 파격적인 연담집 '춘화연애담'으로 도성이 들썩이는 가운데 첫사랑에 실패한 공주 화리(고아라 분)가 직접 부마를 찾겠다는 선언에 도성 최고 바람둥이 환(장률 분)과 1등 신랑감 장원(강찬희 분)이 휘말리는 내용의 사극이다.
강찬희가 분한 이장원은 조선의 '엘리트'로 불리며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이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화리 공주(고아라 분)에게만 머물러 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장원은 용기 내어 고백했으나, 거절의 아픔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리 공주의 곁을 지키며 기꺼이 그의 조력자가 된다. 강찬희는 말보다는 행동과 눈빛으로 장원이라는 인물에 스며들어 장원의 모든 순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9살의 어린 나이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해 '어린' 이미지가 강했던 강찬희는 '춘화연애담'을 통해 성숙한 청년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 기뻤고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밝혔다. 좋은 기억이 많은 만큼 6일 마지막 회가 공개되는 '춘화연애담'를 떠나보내려나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좋은 분들과 많은 걸 배우며 촬영했는데 이제 종영이라고 생각하니 거기서 오는 아쉬움이 있어요."
'춘화연애담'에서 고아라를 사이에 두고 장률과 사랑의 라이벌이 돼 감정의 날을 세우고 갈등을 표현해야 했다. 연기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진 그는 결국 장률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강찬희에게 이 경험이 특별한 이유는 연기에서 감정 표현과 대사 전달의 접근법과 연기에서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깨닫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제가 갈등을 빚는 신을 두고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누군가와 갈등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무슨 감정이고 장원이는 어떤 호흡으로 대사를 뱉어야 할지 혼자 생각하다 상대방이 (장)률이 형이라 통화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흔쾌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셨어요."
짝사랑 상대였던 고아라에게는 현장에서의 에너지 유지와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을 배웠다.
"아라 누나는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쳐요. 그걸 보면서 어떻게 저 텐션을 유지할 수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니 잘 먹고 잘 잔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아라 누나와는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서로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해서 마음은 아팠지만 누나가 제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호흡을 잘 받아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강찬희의 전작은 사극 '슈룹'으로 '춘화연애담'까지 두 작품 연달아 사극에 도전했다. '슈룹'의 의성군은 야망이 가득한 왕자, '춘화연애담'의 이장원은 성품이 바른 청년으로 180도 다른 캐릭터로, 강찬희가 사극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항상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의성군과 장원의 성격이 너무 달라서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하면 됐기 때문에 다행이었죠. 제가 억울한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시그널' 때 선우가 억울한 누명을 쓴 상황이 있었고, '스카이캐슬'에서도 우주도 누명 쓰고 조사를 받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 땐 상황이 비슷할지라도 다른 캐릭터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세심하게 결을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2000년생인 강찬희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고아라와는 10살, 여동생으로 출연한 한승연과는 12살 차이가 난다. '춘화연애담' 캐스팅 발표 당시, 강찬희보다 12살 많은 한승연이 여동생 역을 맡는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대 배우분들과의 나이 차이는 저 스스로 성숙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며 메꾸려 했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그 부분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장원이만의 매력과 느낌으로 만들어 나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우연히 카페에서 저를 봤는데 밝고 건장한 청년의 느낌을 받으셨대요. 그 모습에서 장원이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캐스팅 제안을 주셨고요.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라 누나, 승연 선배님과 잘 호흡할 수 있었어요. 두 분이 워낙 동안이시기도 하고요."
강찬희는 촬영장에서 최대한 캐릭터의 성격을 유지하려는 편이다. 신중한 성품을 지닌 장원의 캐릭터에 맞게 행동하려 했다. 강찬희의 조용한 모습에 주변 스태프들은 그의 MBTI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고. 강찬희는 ENFP라고 밝혔지만 주변에서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말에 다시 한번 MBTI 검사를 해봤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제가 현장에서도 최대한 캐릭터를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고 실제로도 조용해요. (도)연진 누나가 '장원이는 너무 말이 없다. 화진이를 싫어해서 그러니'라고 장난스럽게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럴 정도로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제 MBIT가 ENFP라고 하니까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다들 다시 해보라고 해서 혼자 분장 받으면서 다시 해봤는데 INTP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그래도 말을 조금 많이 하는 편이라 ENFP라고 생각했는데 특징들을 들으니까 아닌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가 '춘화연애담'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성숙함'이다. 그가 보여준 이장원의 모습은 기존의 강찬희와는 확실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성숙한 이미지의 연기는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어리거나 귀엽거나 억울한 느낌을 주로 연기해왔던 것 같네요.(웃음) 그래서 감독님께서 제게서 발견하셨던 청년의 이미지를 잘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걸 구축해 나가는 과정들이 다 배움이 됐어요."
강찬희는 4월 2일 황승재 감독의 '귀신들' 개봉도 앞두고 있다. '귀신들'은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에서 인간을 형상화한 AI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의 이야기로 지난 2021년 제8회 SF 어워드 영상부문 대상을 수상한 황승재 감독의 전작인 영화 '구직자들'의 세계관에서 확장된 이야기이다. 영화 '썰'의 인연으로 황승재 감독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갔다.
"'귀신들'도 황승재 감독님만의 색깔이 담는 작품이라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앞으로도 감독님이 부르면 언제든지 함께 할 생각이 있어요. 제가 뭐든지, 기회가 되면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춘화연애담'도 그렇고, 앞으로 개봉할 '귀신들', '메소드연기도' 촬영하면서 느낀 것들이 모두 제 경험과 배움이 됐어요."
강찬희는 최근 배우로서의 입지를 꾸준히 다져가고 있다. 지난해 그는 이기혁 감독의 '메소드연기', 조창근 감독의 '당신의 모든 것'으로 각각 부산국제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진출하며 영화계에서도 주목받았다. 강찬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도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시도하는 배우가 돼 길을 걸어나가고 싶다.
"혼자서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취나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작년에 감사하게도 영화제에 초청 받으니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구나 싶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때 레드카펫은 참석했는데 콘서트와 '메소드연기' GV가 겹쳐서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감독님께서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다고 해서 너무 궁금하지만 참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양하게 도전해 나가고 싶어요. 특정 장르나 캐릭터를 가리지는 않지만, 언젠가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액션 장르도요. '슈룹' 촬영하면서 칼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대로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 많아요.(웃음)"
강찬희는 데뷔 이후 무대 위에서는 가수로,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배우로서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을 추고 바로 촬영장으로 이동해 연기를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가수와 배우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는 일은 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해내면 뿌듯해요. 아직은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더 커요. 각자의 영역에서 더 집중해 볼 걸 싶을 때가 있거든요. 혹시나 내 집중도가 떨어질까 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체력적으로는 버틸 수 있는데 그럴 때 심적으로 부담이 돼요. 하지만 모든 연기돌들이 다 해내고 계시잖아요. 저도 가수와 배우 모두 다, 지금보다 더 잘 해내고 싶어요."
현재 그는 SF9 컴백 준비에도 한창이다. 3월 11일 미니 15집 '러브 레이스'(LOVE RACE)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신곡은 퍼포먼스 위주의 곡입니다. 진짜 춤이 너무 어려워서 저희 모두 땀 흘려가며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어요. 열심히 준비한 걸 무대에서 보여드릴 생각하니 행복해요. 팬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멤버들과 팀 활동도 자주 하게 될 것 같으니 SF9에게도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강찬희는 2025년을 배우와 가수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그의 차기작은 앞서 언급한 '귀신들', '메소드연기'와 현재 논의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캔들'로 올해도 바쁘게 달려나갈 예정이다.
"배우로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이야기 중인 작품과 영화 한 편을 논의 중이에요. 작품성이 너무 좋고 해보고 싶었던 장르와 캐릭터라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해요. 연기로 희로애락을 드릴 수 있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