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기민당·CDU·기독사회당(기사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을 크게 따돌리고 제1당을 확정했다. 이들 당 주도로 연정이 구성되면 기민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퇴진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독일에 보수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최종 개표 결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이 28.6%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대안당·AfD)은 역대 최대 득표율인 20.8%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 집권당인 사민당(16.4%)은 3당으로 전락했다. 사민당의 현 연립정부 파트너 녹색당(11.6%)과 막판 돌풍을 일으킨 좌파당(8.8%)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좌파당에서 분당한 포퓰리즘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득표율 4.97%,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은 4.3%로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선거법상 정당투표 득표율이 5%를 넘거나 지역구 299곳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내야 의석을 배분받는다.
ZDF방송은 전체 의석 630석 가운데 기민·기사당 연합이 208석, 대안당 152석, 사민당 120석, 녹색당 85석, 좌파당 64석을 확보할 것으로 집계했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합계 의석수가 재적 절반(315석)을 넘기면서 일단 두 정당의 좌우 합작 대연정이 가능해졌다. 정확한 의석 배분은 24일 확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당 연합은 곧바로 사민당과 연정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선거 결과를 두고 “절대적인 우선 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라며 “독일은 다시 한번 믿음직하게 통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숄츠 현 총리는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고 나에게도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