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백화제방' 언급 메시지도 무용
"과일 익어가는 소리" "퇴출해야"
재명이네마을에 격앙 반응 잇달아
김부겸 "수박 단어 쓰지말라" 호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야권 잠룡들과 잇단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통합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지지 기반인 속칭 개딸(개혁의딸)들 사이에서는 비명 주자들을 향한 비토 정서가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7일 문재인정부 출신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이에 앞선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찬 회동을 갖는다. 박용진 전 의원과의 회동도 조율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90여분간 회동 하고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등 표면적인 '비명계 끌어안기'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비명계 주자들과의 연쇄 회동은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해 이뤄지고 있다.
당초 비명계 잠룡들이 '통합'에 대한 목소리를 내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비명을 향한 '내부총질'이란 비난까지 불사하는 등 계파 갈등이 잦아들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가지 꽃이 아니라 수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백화제방'을 함께 꿈꾸기 위해선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자"는 메시지까지 내며 중재에 나섰으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비명계 내부에서는 '말로만 통합을 외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이에 최근 이 대표가 비명계 유력 주자들과 연쇄 회동에 나선 것은 '직접 통합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반면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와의 통합 행보를 반기지 않고 있는데,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는 비명계에 대한 비판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중이다. 비명계 주자들이 앞다퉈 '한국형 연정' '대통령 권력 분산 개헌' 등을 주장하는 것을 둘러싼 십자포화도 만만치 않다.
이날만 재명이네마을에는 "원로들이나 김경수, 비명계들 죄다 무슨 대연정 통합협치, 권력분산 등 내각제 타령을 하고 있다. 잼(이재명) 측근 인재들이 많은데 굳이 저쪽당 사람들과 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김경수·김부겸 정계은퇴 해야 할 인물' '정계은퇴 대상자들 부겸·경수·동연·낙연·용진·종석 등' '국민의짐(국민의힘 멸칭)만큼 혐오스러운 자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경수 전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찬성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한국형 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참 맑은 경수씨 보셔요"란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에도 '갈수록 과일(수박) 익어가는 소리만 하고 있다' '그만 X져라' '제발 대표행세 하지 말라'는 등 혹평의 댓글이 이어졌다.
전날에도 "이낙연·김경수·김동연·김부겸 당신들은 개헌 이야기를 하는데, 당신들 지금 제정신이냐" "김동연 씨! 부족한 사람이 무슨 말이 이리 많나" "김동연 개헌의 제7공화국 출범 필요하다고 하는데, 당신은 정치하지 말라"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비명계 잠룡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광명역사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비명(비이재명)계 주도 야권 대선주자 연대 플랫폼 '희망과 대안' 포럼 출범식에서 '개딸'과 '수박'이란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축사에서 "개혁의딸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지지층 덕에 민주당이 어려운 시기를 지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번 더 고민해달라"며 "'수박(당내 비명계를 향한 멸칭)'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길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김 전 총리는 "그분들이 쓰시는 그 '수박'이라는 용어 자체가 옛날에는 바로 '수박'이라고 찍히면 바로 그 대상자가 희생으로 연결됐다. 우리 역사의 아픈 비극"이라고 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에 의해 피 흘리며 죽어가던 광주 시민들을 '수박 터진다'고 비하한 것이 '수박'이라는 멸칭의 시작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부분 중에 하나가 그런 폐쇄적이고 또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분들이 그런 어떤 역사성 같은 이런 걸 모르고 그 용어를 쓰시는 것 같아서 이것은 한 번 바로잡아야 되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