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느닷없는 우클릭에 당내 "변검술" "오버한다"
"원래 제자리에 있는 것" 해명했지만 비판 속출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자체 추경안 반영 등 '유턴'
대권 욕망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불신만 더 커질 것
안데르센 동화 '빨간 구두(The Red Shoes)'의 소녀 카렌은 장례식에 검은 구두가 아닌 빨간 구두를 신고 가는 바람에 저주를 받아 춤을 멈추지 못하게 됐고, 많은 사람이 달려들어 구두를 벗겨내고 나서야 춤을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카렌은 빨간 구두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신었다가 또다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몇 날 며칠 동안 춤을 추게 됐다. 카렌은 결국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발목을 자른다. 헛된 욕망을 품고 금기를 어겼을 때 징벌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당 정체성을 흔드는데 의원들이 가만히 있다니 놀랍다"라고 분개했다. 이 대표의 '우클릭' 시도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대표 본인 스스로는 진보 성향의 한 유튜브 방송에서 "우클릭 한 적 없다. 원래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직'에 대한 욕심 때문에 '오버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나오는 현실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흑묘백묘론'을 내세워서 주 52시간제 예외 수용,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상속세 개편 추진에도 적극 나섰다. 느닷없이 친미 중심 외교정책을 강조하기도 했다. 친기업·선성장 노선, 친중·친북 대신 친미 또 친일 기조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기조와 정면배치된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해 유연하고 유능한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중도층, 나아가 보수층의 표심을 끌어당기려는 의도였겠지만, '정체성을 흔든다'는 당내 비판은 이 대표의 '해명'에도 어째서인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변검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했는지, '우클릭' 행보를 보이다가 다시 좌회전하는 등 좌충우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의 반사이익을 얻어야 할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는 이 대표다. 하지만 비상계엄 이전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수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여권 주자들과 양자대결을 했을 때도 의미 있는 '스코어'를 내지 못하는 건 '대권'만 바라보는 과도한 '욕망' 때문이다. 그 욕망의 본격적인 시작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간 구두' 동화는 잔혹동화로도 유명하다. 여러 각색판 중, 카렌이 저주받은 빨간 구두를 벗기 위해 찾은 광대가 "너의 욕망에 취해 눈이 먼 자여, 나는 너의 발에서 그 구두를 벗겨주지 않을 거야. 그 구두는 너의 새까만 욕망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걸"이라고 말한 내용이 있다. 어떤 내용이든 간에 교훈은 딱 하나다. 과도한 욕망을 부린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것.
이 대표도 대권에 눈이 멀어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낸다면,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에 대한 불신만 더욱 커질 것이다. 앞뒤가 안맞는 대권 행보가 아니라, 민생경제 회복 입법 등으로 국민에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