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악령과 맞서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검은 수녀들'은 전작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 54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화를 쓴 검은 사제들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이 작품은 기대와 부담 속에서 출발했지만, 과감한 연출과 독창적인 서사를 통해 검은 수녀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K-오컬트의 매력을 보여줬다.
카톨릭계에서 수녀가 구마의식에 나서는 건 금기된 일이지만 유니아(송혜교 분)는 희준을 구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다. 이는 종교적 규율을 깨는 일로 유니아는 사제단으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게 만든다. 유니아 수녀는 이방인 취급을 받고 무시를 받는일에는 관심없다. 오직 악령에 씌인 휘준을 살리는 것만이 관심사다.
유니아의 이 같은 신념은 영화의 처음부터 끈까지 올곧게 뻗어나간다. 손발이 묶인 채 유니아에게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악령에게 이름을 알아내기 위한 도발을 하고, 결국 12형상의 악령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된다.
이런 유니아를 돕는 건 미카엘라(전여빈 분) 수녀다. 미카엘라는 무당이 되기를 원치 않아 수녀가 된 인물이다. 유니아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미카엘라를 단번에 알아본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부정하며 살아왔던 미카엘라에게 유니아와의 만남은 떠올리기 싫은 과거의 자신을 마주보는 일이다. 이에 공조가 쉽지 않지만 유니아의 믿음과 간절함으로 손을 잡고 뛰어든다.
유니아와 미카엘라의 공조가 첫 번째 연대라면 영화의 두 번째 연대는 서구적 구마 의식과 한국적 무속신앙을 결합해 독특한 서사다. 유니아의 친구이자 무당으로 전향한 인물이 구마 과정에 도움을 주고, 그의 제자인 박수 무당은 모두가 외면한 구마의식에 위험을 무릅쓰고 협력한다. 이 장면은 종교적 경계와 차이를 넘어서 희준을 구하기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컬트 장르를 확장시켰다.
시니컬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조건없는 인간애와 신념을 보여주는 유니아 역의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에서 첫 장면부터 새로운 얼굴로 극을 이끌어 간다. 유니아 역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건 송혜교의 도전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성스러운 존재인 수녀의 이미지도 재조립했다. 과감한 선택과 은유적인 연출, 미쟝센으로 은유한 영상미 역시 영화를 관람하는 맛을 더한다.
희준 역을 맡아 겁에 질린 유약한 소년과 악령에 지배 당한 모습을 오가는 문우진의 열연도 영화의 또 다른 동력이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잇는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익숙한 연결고리를 제공하며 팬서비스도 놓치징 ㅏㄶ았다. 유니아는 김신부(김윤석)의 제자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야기 도중 김신부의 이름이 등장해 그의 존재감을 환기시킨다. 특히 영화 말미 최부제(강동원 분)가 등장, 미카엘라와 동행하면서 후속편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송혜교의 인상적인 도전과 구마 의식이라는 강렬한 설정에 의존해 극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서사적으로 큰 반전이나 예상치 못한 전개가 부족하다. 긴장감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동시에 다소 평면적인 이야기를 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작품이 깊이 있는 상징과 미쟝센에 집중한 만큼, 이야기적인 다층적 전개가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24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