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도 탄핵”…국정마비 초읽기, 경제사령탑 체재
치솟은 환율·대외리스크↑…외교·국방·안보 대응 우려
‘경제 사령탑’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권한대행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다.
헌법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이뤄지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은 이날 오후 3시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우 의장은 표결에 앞서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안”으로 규정한 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에 의해 투표한다.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아닌 총리 탄핵과 같은 재적 과반(151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던 국민의힘은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에 명시된 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조직법 제22조에 따라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공식 명칭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정국 불안이 지속되자 금융시장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등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수없이 흔들렸다.
불확실성 고조에 즉각 외환시장이 반응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20원 넘게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2400선도 4거래일 만에 무너졌다.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국내 정국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20원 넘게 급등했다가 오름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조정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대외신인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체제가 더욱 불안정해지며, ‘12·3 비상계엄’ 이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대외신인도 관리 만전에도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 비상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라며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계속되는 탄핵 위협으로 행정부 역량은 위축되고 국민위원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위기 고조 등으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 부총리 중심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등 이른바 ‘F4(Finance 4) 회의’를 통해 대외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대내외 불안요인을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현 상황에서 F4 회의가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초유의 사태 속 최 부총리가 물리적으로 이른바 ‘1인 3역(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회부총리가 총괄하는 사회 부분을 제치더라도, 외교와 국방, 안보 분야까지 경제 사령탑이 메시지와 대응 등을 제대로 할지가 의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새 정부 출범까지 수개월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에 금융시장 불안성과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라도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에서 경제 이슈에 대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기재부도 대비 중”이라며 “별도로 새로운 팀을 꾸리거나 매뉴얼을 만들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권한대행을 하라는 것은 경제를 챙기지 말라는 것이냐”며 “심각한 경제 타격이 벌어질까 우려가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