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SC 프리미어12에서 졸전 끝에 조별리그서 탈락
세대교체 실패, 도전 의식 실종, 고질적인 시스템 문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올해도 국제 무대에서 또 다시 망신을 당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총 12개팀이 참가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앞선 2개 대회에서 우승 및 준우승을 기록했던 야구대표팀이었기에 내심 결승 진출까지 바라봤으나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 꿰지 못했다. 대만과의 첫 경기서 3-6으로 패하며 암운이 드리워진 대표팀은 쿠바를 상대로 8-4 승리하며 반등하는 듯 했으나 일본과의 한일전에서 3-6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후 도미니카공화국, 호주를 상대로 연승에 성공했지만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권은 일본, 대만에 넘겨주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쓴데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내달렸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야구 붐이 일며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한국 야구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WBC에서는 2013년과 2017년, 그리고 지난해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고,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4위에 머물고 말았다.
반면,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22년 항저우 대회까지 4연속 금메달을 딸 정도로 유독 펄펄 날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최강자 일본마저 프로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아 국제대회 경쟁력을 가늠할 수 없어 젊은 선수들의 병역 혜택 나눠 갖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무대일 뿐이다.
야구대표팀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세대 교체 실패와 야구 인기에 비례하지 않는 선수들의 기량이 손꼽힌다.
야구 인프라가 완성 단계에 이른 미국과 일본이 저만큼 앞서간데 이어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 유망주가 꾸준히 등장하는 사이, 한국 야구는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대표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여 년 전 대표팀에 몸담았던 김광현, 양현종, 김현수 등이 팀의 기둥 역할을 담당할 정도였다.
지나치게 높은 선수들 몸값도 발목을 잡고 있다. 1000만 관중 돌파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프로야구는 웬만한 선수들 연봉이 10억원 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몸값이 높아지자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크게 줄었고, 이들 대부분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경쟁력이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한국 야구의 시스템도 문제다. 최근에 와서야 전임감독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전력강화위원회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류전도 치르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이번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한 대만의 경우, 꾸준히 일본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며 경쟁력을 높인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