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7일 진행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처한 현재 상황에 김건희 여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한국 영부인, 궁지에 몰린 남편의 대통령직에 어른거린다'(South Korea's First Lady Looms Over Her Husband's Embattled Presidency) 제하 기사에서 "한국 국민들은 김 여사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영향을 미친 막후의 인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윤 대통령은 이전에도 지지율이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2023년 1월 아내의 2200달러 짜리 디올 핸드백 스캔들이 공개되면서 지지율 침체가 가속화되고 이미지가 손상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조사를 위한 야당의 특검 입법 움직임을 세 차례나 거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칙에 따라 행동하며 타협하지 않는 검사'로서의 그의 이미지는 훼손됐다고 WSJ은 짚었다.
WSJ은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김 여사는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있다며 이러한 운명은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와 관련된 공적인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했다는 것.
최근 몇 달 동안 변화하기 시작한 점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진영 내에서조차 아내의 스캔들로 비판받기 시작한 것이지만 윤 대통령은 여전히 선을 그어왔다고 WSJ은 전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정부예산 감액 강행 처리, 정부 관료 탄핵 시도 등을 계엄령 선포의 이유로 언급했지만, 야심 차고 윤 대통령을 통제하는 듯 보이는 김 여사의 모습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서사로 이어졌다고도 분석했다.
WSJ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김 여사고,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불리고 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토 캠퍼스에서 젠더정치를 연구하는 영임 리 교수는 WSJ에 "디올백 논란은 윤 대통령의 반대파가 그의 약점을 공격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며 "아내를 (특검) 조사에서 보호한 것은 윤 대통령이 어떤 종류의 리더인지 확인시켜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 비유된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