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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계엄령] 결국 책임은 군인과 경찰이 다 지는 것인가


입력 2024.12.04 16:05 수정 2024.12.04 17:07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계엄령 선포 후 국회 진입하려는 의원들 대부분 무사통과

'계엄 가담 세력'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 작용

시민과 대치상황에서도 입건된 인원 없어…소극적 대응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배치됐던 경찰버스가 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는 4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경찰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로 들어가려는 의원들을 제지한 것에 대한 책임 소재가 경찰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군과 함께 '계엄 가담 세력'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습이다.


전날 계엄령 선포 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는 국회 경비대와 영등포경찰서 직원 등이 담장을 따라 배치됐다. 이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면서 시민들과 충돌이 발생했고 국회의원들이 출입을 제지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적이며 이 과정에서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구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에는 군경의 공권력 행사를 '위법행위'로 규정하는 발언이 여야 모두에게서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군경을 향해 "지금부터 불법 계엄선포에 따른 대통령 명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명령으로 이를 따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역시 "지금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규탄하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 경찰관들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결국 책임은 군, 경이 지겠다", "국회의원 (출입을) 막은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 등 경찰관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군경에 대한 비난도 온라인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회 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차단한 경찰 군인을 모두 척결하라"거나 "군경이 위법한 계엄선포에 해선 안 될 국회 폐쇄에 동참했으니 지휘를 내린 사람들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현장에 배치된 젊은 경찰관들과 윗선 사이에는 '계엄령'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간격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의 태도에 대해 "'국회의원이 일하러 가는데 막는 게 맞습니까'라고 소리쳤을 때 젊은 경찰들이 굉장히 동요했다"고 주장했다.


지휘관이 출입을 막도록 했지만 젊은 경찰관들은 '국회의원이면 들여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군경이 계엄령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가는 의원들을 경찰들이 일부러 못 본 척 했다거나,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별다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목격담이 여러 개 올라왔다. 또 군경과 시민 간 대치상황에서도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조지호 경찰청장은 4일 예정됐던 회의 등 일정들을 취소했다. 조 청장은 앞서 0시에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전국 시도청장에게 정위치 근무를 지시했으나 이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 청장은 계엄령 발표 약 4시간 전인 전날 오후 6시 20분께 대통령실로부터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조 청장 측이 계엄령 선포 등 담화문의 내용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앞서 0시에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전국 시도청장에게 정위치 근무를 지시했으나 이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역시 오전 1시부로 산하 31개 경찰서에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인 ‘을호비상’을 발령하려다 보류했다. 강원경찰청 역시 4일 오전 10시 강원청 대회의실에서 영화 ‘재심’의 주인공 박준영 변호사의 인권아카데미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일정을 중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엄군이 국회를 통제하는 과정에 경찰청을 건너뛰고 국회경비대가 속한 서울경찰청에 먼저 협조를 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국회는 경찰이 상시 경비를 하고 이후 과정에서 서울청장과 조율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직 특성상 (본청) 보고 없이 하기는 힘들다"며 "내부 타임라인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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