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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녀의 숨겨진 욕망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11.29 15:03 수정 2024.11.29 15:04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히든페이스’

영화 ‘히든페이스’가 화제다.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 한 영화는 밀실의 소재로 세 남녀의 은밀한 욕망을 파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방자전’과 ‘인간중독’을 통해 에로티시즘 영화의 장인이 된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영화는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연일 달리고 있다. 파격적인 내러티브는 물론 관객의 허를 찌르는 충격적인 반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휘자인 성진(송승헌 분)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약혼녀인 수연(조여정 분)은 어느 날 영상 편지만을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춘다. 성진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녀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 분)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가 내리던 어느 밤,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 성진과 미주는 수연의 집에서 용서받지 못할 깊은 관계를 갖는다. 한편 사라진 줄만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자기 집안 밀실에 갇혀 이들의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며 고통스러워 한다. 각자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닌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는 관음증을 자극한다. 타인을 몰래 관찰하며 성적 쾌감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관음증이라 한다. 일종의 성적 페티시즘으로 성적 행위보다 관찰 자체에서 더 큰 만족을 얻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성적 쾌락만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엿보기 심리가 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훔쳐보면서 느끼는 쾌락, 그런 면에서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합법적으로 인간의 엿보기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예술이기도 하다. 영화 ‘히든페이스’는 인간의 엿보기 심리를 이용해 밀실에서 약혼자의 밀회를 몰래 보게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30-40대 관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세 남녀의 욕망을 그린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다.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분식집 출신의 가난한 성진은 부유한 집안의 수연을 통해 경제적인 욕망은 물론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으면서 사회적인 욕망도 충족한다. 뿐만 아니라 약혼녀 수연이 없어진 사이 성진은 수연의 후배인 미주와 금지된 욕망에도 빠진다. 수현은 약혼자 성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부터 함께 첼로 레슨을 받으며 가까워진 미주와 동성애 관계를 유지한다. 사회적 규범 안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욕망과 이로 인한 갈등이 영화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현대 사회에서 감춰진 부부의 이면도 전한다. 리메이크 된 영화는 원작의 결말과 완전히 다르다. 원작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열린 결말로 영화가 끝나기 때문애 그들의 삶,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기며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리메이크된 영화에서 성진은 수연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수연 또한 미주를 밀실에 가둔 뒤, 그들만의 연인 관계를 이어간다. 성진과 수연은 서로의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가 시작됐을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관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자유로운 성관계, 동성애 그리고 연애와 결혼은 별개인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사랑과 결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밀접한 인간관계다. 그러나 이 관계는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보다 냉철한 이성이 앞서면서 인간의 욕망은 점점 더 복잡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과의 신뢰가 비록 부부라고 할지라도 무너지고 있는 것도 그 배경이다, 영화 ‘히든 페이스’는 인간의 본성인 관음증을 소환하여 우리들에게 성적, 사회적 욕망과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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