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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피릿에 실은 예수의 인간적 고뇌…뮤지컬 ‘지크수’ [D:헬로스테이지]


입력 2024.11.26 08:45 수정 2024.11.26 08:4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5년 1월 1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건 신성 모독이다”


성경을 파격적으로 하석해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개막 당시 온갖 비판과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예수의 죽음 일주일 전을 다룬 이 작품에서 예수는 ‘인간’적으로 묘사되고, 죽음을 앞두고 “내가 왜 죽어야 하냐”고 절규한다. 예수의 죽음은 배신자 유다의 입을 통해 록 음악과 함께 그려지고, 심지어 부활조차도 묘사되지 않는다.


ⓒ블루스테이지

이 같은 혹평 속에서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전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건, 탄탄하게 채워진 이야기와 완성도 있는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 때문이다. 오히려 종교적 스토리에 국한되지 않고, 극중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에 놓인 인물들의 인간적 고뇌를 다루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연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여섯 번째 시즌의 막이 올랐다. 한국에선 1980년 극단 현대극장이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했고, 정식 라이선스 공연은 2004년 초연했다.


작품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전지전능한 신의 아들이지만, 동시에 인간인 예수에게선 진한 고독이 배어난다.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슈퍼스타’ 예수는 자신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군중으로 늘 괴로워하고, 예수 행세하며 돈을 벌고 향락을 즐기는 이들에 분노한다. 구원을 외치던 이들은 그가 체포되자 순식간에 등을 돌린다.


ⓒ블루스테이지

“내가 죽어 얼마나 더 대단한 걸 갖게 되나요. 얼마나 더 위대한 걸 이루시나요. 보여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의미. 알려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영광”(‘갯세마네’ 가사 일부)이라는 포효에 가까운 기도는 죽음과 구원의 의미를 두고 고뇌하는 ‘인간’ 예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넘버다.


극중 인물들의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음악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음악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만든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20대에 작업한 초기작으로, 젊은 음악가의 패기가 객석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당 작품의 넘버들로 구성된 음반은 발매 직후 전 세계적으로 1000만장 이상 팔렸고, 빌보드 팝 앨범 차트 등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이 작품에서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2013년 삼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지저스를 연기하며 ‘지저스 그 자체’라는 평을 얻은 마이클 리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섬세해진 창법과 연기를 보여준다. 죽음을 눈앞에 둔 예수의 고뇌를 그리는 장면에선 작은 숨소리마저 내기 힘들 만큼 관객을 몰입케 한다. 초창기 익숙지 않은 한국어 발음 탓에 다소 집중이 깨지는 상황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도 이젠 거의 찾기 힘들다.


이번 시즌에는 마이클 리와 함께 또 다른 지저스 역에는 박은태가, 유다 역에는 한지상과 윤형렬·백형훈, 마리아 역엔 김보경·장은아·정유지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025년 1월 1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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