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하는 것을 승인했다. 내년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종전 추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을 처음으로 허용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사거리가 190마일(약 300㎞)에 달하는 미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 사용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미사일 중 사거리가 50마일인 ‘고성능 포병로켓시스템(HIMARS)’까지만 사용을 허가해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에 있는 군사 시설 등을 공격하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해왔지만,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지원받은 무기를 그런 용도로 쓰면 안 된다는 제약도 내걸었다.
미 정부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미 고위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ATACMS가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에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계획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하루 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료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장거리 미사일은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와 북한 파병군을 동시에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NYT는 미 당국자들은 안용해 해당 미사일이 초기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 지역에 약 1만 명을 파견했고, (그들이) 향후 우크라이나 가까이서 러시아의 무력을 강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 병력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가까이로 이동했다"고 확인했다.
싱 부대변인은 "북한 군인이 전장에 투입된다면 전투 병력으로서 합법적 공격 대상으로 간주된다"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투에 투입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무력으로 보복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사거리가 긴 미사일 사용을 허가해 얻는 장점이 확전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다만 미국 정부에서는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