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티메프 사태, 피해자 많고 피해 규모도 커…고의성 인지 여부가 쟁점"
"배임죄 처벌 수위 높이거나 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경영 윤리 교육 강화시켜야"
"티메프 파산해 피해자들 대금 받을 방법 없어지면…구영배에 손배소 제기해야"
"구영배 측, '경영상 판단 틀리지 않았다'는 점 근거로 검찰 주장 반박할 가능성"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작년 10월 이미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알고 있었던 정황을 이들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구 대표가 대금 지급 불가한 상황을 인지했는데, 회사 상황이 정상인 것처럼 설명하고 다녔다면 배임과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도 많고 피해 규모도 크기에 영장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 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1부장검사)은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에 큐텐 재무본부장 이모씨가 지난해 10월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의 정산 대금이 지연되자 주변에 '티몬과 위메프의 생사가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검찰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올해 초부터 정산 대금의 어려움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또 류 대표가 큐텐 재무본부장에게 정산 대금을 주지 못하는 건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 때문이라고 하겠다'라는 거짓 해명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구 대표도 이런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봤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구 대표가 올해 초부터 정산 대금 지급이 불가할 것 같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데, 회사 상황이 정상인 것처럼 설명하고 다닌 정황이 있다면 배임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도 많고, 피해 규모도 크기에 구속영장 청구도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에선 구 대표의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특히 구 대표의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을 뽑자'는 발언은 본인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묵인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티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데, 티메프가 법인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파산해서 회사가 없어지면 피해자들이 대금을 받을 방법은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구 대표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서 개별적 보상을 받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구 대표가 미정산 사태를 인지하고도 티메프에 '역마진 상품'을 판매하도록 지시해 실적을 올리도록 했다는 검찰 판단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면 법원이 엄하게 판단할 것이다. 다만, 구 대표 측이 '경영상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방어 논리를 세운다면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할 수도 있다"면서도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검찰 판단이 사실이라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큐텐그룹과 티메프 경영진이 미정산 금액을 4000억원 넘게 축소해 금융감독원에 허위 보고한 사실도 영장에 담겼는데, 이는 '경영상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부분으로 검찰이 증거로 활용할 것"이라며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에 대한 사전 인지와 경영상 판단의 고의성 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경영자의 판단 때문에 애꿎은 주주들과 고객만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기에 처벌의 수위를 높이거나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