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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특검법’ 정쟁, 이젠 멈춰야


입력 2024.05.30 07:07 수정 2024.05.30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당 등 범야권, 22대 국회서 채상병 특검 재추진

이재명 방탄 및 대통령 탄핵 빌미 만들기 동력 쌓기

총선 야권 압승은, 채상병 특검 공약 때문이 아니다

정쟁 수단으로 삼지 말고, 공수처 수사 결과 지켜볼 일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이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28일)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있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찬성을 촉구하는 편지도 보내고, 개별 접촉을 하며 설득했다. 여론전을 벌이고, 범야권정당들과 함께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는 장외집회도 열었다.


그런데도 참석의원 294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가결에 17표가 부족했다. 범야권에서 179명이 참석했고, 국민의힘 의원 중 5명이 공개적으로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걸 감안한다면 야권에서도 적지 않은 이탈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번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이와 관련된 정쟁은 22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안이 부결된 직후 이재명 대표는 “국민과 함께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혁신당의 황운하 원내대표, 개혁신당의 허은아 대표 등도 22대 국회에서 특검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2대 국회에 이 법안이 다시 상정될 경우, 야권의 특검법 일방 처리 →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 재표결 부결이라는 악순환이 재연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다면 진상 규명이 아니라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라거나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동력 쌓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면, 청년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호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야권에서 특검을 주장하는 근거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국민 대다수가 특검에 찬성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와 관련된 여론조사들의 질문을 보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을 유도하는 듯하다. 예컨대 지난해 연말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의 질문은 ‘지난 7월 수해복구 작업 중 사망한 해병대 채상병 순직의 원인 규명과 당시 대통령실, 국방부가 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나’였다(이 여론조사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3%였다).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 중임을 밝히고 ‘수사와 관계없이 특검을 할 것인지’ 아니면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다면 특검을 할 것인지’ 등 질문을 객관화한다면 응답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주당은 “특검법 처리는 총선 민심”이고, “민심을 받들어야 하는 것이 국회의 기본적 의무”라고 주장한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것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처리하라는 민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둔 것은 특검 공약 때문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이른바 ‘대파 가격 논란’, 의대 증원 갈등 등 정부‧여권의 실책에 기인한 바 크다. 지역구선거에서의 득표율은 민주당 50.5%, 국민의힘 45.1%로 엇비슷했다.


현재 이 사건은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 등 관련자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임명된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처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니까 잘 챙기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의 수사상황을 지켜보고, 수사가 부실할 경우 자신이 직접 특검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22대 국회에까지 끌고 가 정쟁 수단으로 삼지 말고,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미흡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그것이 더 설득력 있다. 또한 그런 상황이라면 윤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으로 지샌 4년이었다.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다. 22대 국회에선 소모적인 정쟁은 자제하고,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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