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민주당 175석 과반 석권
尹과 갈등 빚던 조국·추미애도 입성
한동훈, 모든 책임지고 '자진 사퇴'
전문가 "尹, 도어스테핑 재개해야"
22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임기 5년 모두 여소야대 지형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간 첨예한 갈등을 빚던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검찰총장 시절 대립각을 세워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정계 재입성을 앞두고 있는 데다, 조국 전 장관까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오게 되면서 반윤(反윤석열) 단일대오에 의한 정부 심판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국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역구 161석,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으로 총 175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18석으로 모두 108석을 확보해 간신히 개헌저지선을 지키는 데 그쳤다.
21대와 22대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승리의 기쁨과 그간 정부·여당을 향해 가했던 강한 어조의 비판을 삼가면서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의지는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서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대한민국을 살리는 민생정치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단일 야당 사상 최대 의석을 얻었다"며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분명한 뜻을 잘 보여주신 것 같다. 저도 이렇게 국민들이 여당을 심판하는 뜨거운 의견을 보인 것은 처음 봤다"고 평했다.
이어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력·무책임을 심판하자는 국민의 열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적인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를 조속히 만나 국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고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도부가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정부 심판론과 함께 여야 협치를 내세웠다면,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정면 대립했던 22대 총선 야권 일부 당선인들은 아예 '국정 운영 제동'을 예고하면서 공세 수위를 끌어 올렸다.
이날 경기 하납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당선 소감에서 "윤석열 정권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국회로 보내준 하남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역할론으로 △이태원 참사 사고원인 규명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제동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고속도 종점 변경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 등을 언급했다.
판사 출신 정치인인 추 당선인은 지난 15~16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권 시절 제67대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적인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행동하겠다"며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12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해 단숨에 원내 3당으로 진입하며 '캐스팅 보트' 역할이 가능하다. 다만, 법무부 장관 시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만큼, 여야 협의가 필요한 주요 사안에 사실상 민주당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추 당선인은 SBS 라디오에서 '국회의장은 중립적인 포지셔닝 요구되는 자리로 어떤 이슈에 대해 국민의힘 손도 들어주고 그런 역할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대파가 좌파도 우파도 아니듯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국회 입성 목적성이 '정부 심판'으로 향해있는 추미애·조국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과 앙숙 관계로 꼽히는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이 합심해 정부에 제동을 건다면,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우려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총선 전날인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열고 "대한민국이 경악스러운 혼돈으로 무너질지, 위기를 극복할지를 결정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읍소에 읍소를 거듭했지만, 결국 참패해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정계에 등판한 지 100여일 만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잃을 게 없는 상황이고, 이럴 때 일수록 그간 '불통의 이미지'를 해소해야 한다"며 "그 방법은 현재로선 '도어스테핑'의 재개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야권의 공세 수위에 대응하며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윤 대통령 스스로 소통에 나서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지역구 163석, 비례 위성정당 20석(더불어시민당 17+열린민주당 3)으로 183석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84석, 비례 위성정당 19석을 확보해 총 103석을 얻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