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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도 인하도 '딜레마'…'긴축 한파' 오래갈 듯


입력 2023.11.30 15:59 수정 2023.11.30 16:02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7회 연속 기준금리 3.50%로 동결

"물가 목표 2% 수렴 확신 들어야"

고금리 긴축 기조 내년 말까지 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수준으로도 물가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리한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경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국내외 긴축 여파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금리 인하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 강도의 긴축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전원 만장일치로 현 기준금리 3.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이후 7차례 연속 동결이다. 현재 금리 수준을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의 목표 수준(2%) 수렴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 같은 통화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물가 둔화세가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한은은 진단하고 있다. 실제 올 1월까지만 해도 5%대를 나타냈던 물가상승률은 같은 해 7월 2%대까지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3%대로 올라선 이후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는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란 게 한은의 판단이다. 향후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 하락 등에 따라 기조적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인상해 회복이 더딘 경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위축돼 있어 경기 진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도 수출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소비 회복세는 더딘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될 수 있는 점도 동결 결정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라는 판단이었다"며 "다만 8월부터 소비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10월부터는 다소 더디다는 평가로 바뀐 뒤, 이번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에도 소비 둔화 조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경기 판단이 내수 중심으로 보다 후퇴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이 큰 상황 속 지금과 같은 긴축 기조는 내년 말까지도 지속될 전망이다. 물가의 기조적 둔화세가 예상되지만, 국내외 긴축 여파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탓이다.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두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머지 2명은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으며, 직전 회의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금통위원의 발언은 철회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 안정을 함께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라며 "이에 반해 4명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 지속성과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2%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충분히 오랫동안 긴축 기조를 가져갈 것"이라며 "이는 6개월 이상이 될 수도 있고, 얼마나 오랜 기간이 될지 모르지만, 물가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단기간에 찾아오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압력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악화하지 않더라도, 국내 내수가 비용 부담을 반영하며 부진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고, 한은의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창용 총재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고 있지만, 절대치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총생산 대비 (증가율)를 봐야 한다고 언급한 점,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지만,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해결 방안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긴축 기조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p)가 유지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다만 미국의 물가 지표가 뚜렷한 둔화세를 나타내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한미 금리 격차가 지금보다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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