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중심 운용에 매력↓
혜택 강화로 증권사 ISA 부각
국내 은행권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최근 한 해 동안에만 12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증시가 활황을 보였던 만큼, 투자자들이 예·적금 중심으로 운용되는 은행 ISA를 외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조만간 인하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ISA의 총 가입자 수는 올 상반기 말 기준 89만5189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4091명(12.2%) 줄었다. 은행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 말(102만627명) 이후 줄곧 감소세다.
ISA는 예적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절세 상품으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현재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이며, 의무가입 기간(3년)을 유지할 경우 만기 때 이자·배당 소득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증권사 ISA 가입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증권사 ISA 총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453만435명으로 1년 전보다 80만9198명(21.7%) 늘었다. 증권사 ISA 월별 평균 가입자 수도 4만5304명으로 은행(8952명)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예·적금 중심의 은행 ISA 대신 증권사를 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경우 신탁형 ISA가 주를 이루는데 편입 자산 중 예·적금이 97%에 달한다.
최근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각국 증시가 대폭락했지만,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펀드 등 다른 투자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 ISA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입자 이탈이 가팔라질 수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시장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예·적금 이자 매력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실제 예·적금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일 기준 3.270%로 연초(3.707%)와 비교하면 0.437%포인트 하락했다.
현재 정부가 ISA의 절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연간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두 배가량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은행 ISA 가입자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ISA 비과세 한도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민생 살리기 패키지 법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야당 역시 ISA 계좌 납입 한도를 현재보다 상향하고, 납입 금액 전액 비과세를 통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입장인 만큼,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투자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는 증권사 ISA에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며 "수익률 측면의 차이가 있는 점도 가입자 이탈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