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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살려주세요! ①] "강남에 혐오시설 봤나…상암동은 버리는 동네인가"


입력 2022.09.15 05:36 수정 2022.09.14 21:06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시 1000t 규모 새로운 쓰레기 소각장 상암동 조성 계획 발표…2026년까지 건립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 "750t 이미 처리하고 있는데 또?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 희생 강요…님비 아냐"

마포구청 "사전 협의도 없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 유감…형평성 위배, 전면 철회"

서울시 "소각장 후보지 선정과정 15일 공개…향후 1년 동안 주민들의 의견 수렴할 것"

마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소각장 추가 설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데일리안

서울시가 새로운 쓰레기 소각장을 마포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인근 부지에 짓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상암동 주민들은 "이미 소각장이 있는 마포구에 또 다른 소각장을 설치하는 것은 지역 형평성에 어긋나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서울시의 결정이 주민공청회도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고로 올린 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최종 평가를 통해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는 총면적 2만1000㎡으로 용도지역은 폐기물처리 및 재활용 시설로 돼있다. 여기에 해당 용지에 일평균 1000t을 소각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을 오는 2026년 말까지 건립하고, 기존의 자원회수시설은 2035년까지 철거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그러나 추가 신설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만은 배가 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에서 8년 거주한 김모(42)씨는 "이미 마포구에는 소각장이 있고 하루 750t씩 처리하고 있다"며 "여기에 하루 1000t씩 처리하는 소각장을 하나 더 신설하면 자그마치 1750t이 되는데, 소각장을 운영하던 지역은 오히려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일방적인 희생을 마포구 주민들에게 강요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살 자녀를 둔 상암동 주민 서모(31)씨는 "아무리 소각장을 지화화한다 해도 쓰레기 태운 연기나 분진을 마시며 살게 되는데 창문 열기 무섭다"며 "알게 모르게 건강에 영향을 줄텐데 상암동은 서울시에서 버리는 동네냐. 만만한 게 강북이다. 혐오시설이 강남에 지어진 것 본 적 있나. 형평성에 맞게 각 구마다 설치해서 자기 구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자기 구에서 처리하도록 하거나 소각장 없는 지역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소각장 추가 설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데일리안

무엇보다 마포구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암동에 사는 박모(45)씨는 "왜 주민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냐"며 "소각장을 운영하는 지역에서 추가로 설립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 님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에 강동구와 협의하고 마포구만 소외시켰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게 과연 공정한가"라고 반문하며 소각장 부지 선정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쓰레기 소각장과 불과 3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혜경(54)씨는 "우리 집 바로 앞에 750t을 태우는 소각장 지붕에 굴뚝이 깜빡깜빡 보인다"며 "여기에 추가로 1000t을 더 태우면 바로 앞에 사는 나는 죽지 않겠나.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지금까지 공청회 한 번 없었고 그냥 무조건 밀어 붙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남은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나는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삶의 터전"이라고 토로했다.


기존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포 소각장 백지화 투쟁 본부 측은 "지난 13일, 14일 이틀간 소각장에 반입되는 쓰레기를 감시한 결과 음식물이 섞여 있는 등 불법 폐기물 적발 차량이 86대나 됐다"며 "하루 500t에 가까운 불법 폐기물이 반입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이 잠든 사이 유해 물질이 마포 소각장으로 마구 쏟아졌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다 오싹하다"고 덧붙였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성명을 내고 "서울시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결정은 마포구 주민들에게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지역 형평성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인 만큼 전면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는 소각장 설치 반대 태스크포스 안에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고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과정 및 결과 개요를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0여 일간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부터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고로 올린 뒤 1년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며 "향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시행에 맞춰 주민설명회를 열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추가로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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