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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대-중기 임금격차 다시 확대…직무급제로 개편 필요


입력 2022.08.30 12:00 수정 2022.08.30 09:3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대한상의 '코로나19 이후 임금격차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발표

한국형 O*NET 구축…조사대상 사업체 확대, NCS와 통합, 민간역할 확대

대-중소기업 임금격차(전산업). ⓒ대한상공회의소

최근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우선 추진과제로 발표한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업별 시장임금수준과 직무정보를 제공하는 통합적 시스템이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임금격차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들던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지난해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상승률이 회복되면서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간·세대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장임금정보 제공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나타내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대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60% 미만을 유지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60%이상으로 상승, 차이가 좁혀졌다. 하지만 최근 일상회복이 되면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다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대기업 임금상승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 6.4%에서 2019년 0.3%, 2020년 –2.8%로 크게 떨어졌지만 2021년 6.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2018년 4.4%에서 2019년 3.7%, 2020년 1.2%로 대기업에 비해 다소 낮게 떨어졌지만 2021년 3.9%로 이전 상승률을 회복하지 못했다.


2022년 상반기 임금결정 현황조사에서도 300인 이상 기업의 협약임금인상률은 5.4%(임금총액 기준)로 100~299인 미만 중소기업 인상률(5.1%)을 상회했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인 기업규모는 1,000인 이상 기업으로 5.6% 인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완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대기업의 임금상승률이 회복되면 격차는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근 대기업과 IT 선도기업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지고 있어 올해 임금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대간 임금격차는 코로나와 무관하게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양이나 주요국과 비교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속기간 1년차 대비 10년차 이상 임금수준(임금연공성)은 2014년 2.63배로 정점을 찍은 후 낮아지고 있지만 2021년 2.27배로 세대간 임금격차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과 비교시 근속 30년차 임금연공성은 한국이 2.95배로 일본 2.27배, 독일 1.80배, 프랑스 1.63배, 영국 1.52배 등 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세대간 임금격차 개선이 더딘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대기업의 높은 호봉(연공)급 운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호봉급을 도입한 대기업 비중은 60.1%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은 13.6%에 불과했다. 특히, 10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70.3%가 호봉급을 도입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도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대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개편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임금체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300명 이상 사업장의 절반가량인 49.2%가 노조가 조직돼 있으며, 전체 조합원의 88.7%가 이들 사업장에 소속돼 있다.


대하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임금격차 문제가 ▲중소기업 취업기피 ▲청년일자리 문제 ▲중고령인력 고용불안 등 노동시장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직무급 전환시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성실한 협의로 전환하는 취업규칙 변경규제 완화와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을 위한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보고서는 “취업규칙 변경규제 완화의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사항으로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 쉽지 않은 만큼, 먼저 법개정과 무관한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한국형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통해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제 제공되는 직업은 120개에 불과하며, 해당 직업의 구체적인 직무정보가 함께 제공되지 않아 기업이 이를 토대로 직무급 도입에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인 O*NET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대한상의는 강조했다. O*NET은 1016개 직업에 대한 임금정보 뿐만 아니라 직무평가 및 분석에 필요한 직업별 기본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형 O*NET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우선 직업별 구체적인 임금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임금조사대상 사업체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임금정보는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제공되며, 해당 조사는 약 3만30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해 전체 사업체 214만여개의 임금정보를 추정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직무별 구체적인 임금정보 제공을 위해 정부 중심의 임금조사 대상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임금정보와 직무정보를 통합 연동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기업이 직무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직무정보와 시장임금정보가 함께 연계되어 제공돼야 하는데, 현행 임금직무정보시스템과 직무정보를 제공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통합돼 있지 않다”며 “미 O*NET처럼 두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연동하여 운영해 보다 체계적인 자료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셋째, 임금정보 조사·제공과 관련한 민간의 역할 확대도 한국형 O*NET 구축 방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만으로는 개별기업의 다양한 임금정보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어 민간협회 또는 전문단체의 임금직무조사를 활성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미국은 WorldatWork, 인적자원관리협회 등 임금 관련 전문조직에서 다양한 임금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고 기업들은 임금결정시 평균 2~3개 이상의 민간 임금정보를 참고하고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 인력확보 경쟁 심화, 노조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 등 임금상승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의 임금체계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 저하와 노동시장 왜곡을 야기하고 있는 임금체계를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이 조속히 추진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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