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 직무 정지 규정, 기소→금고 이상 유죄시로 수정
비명계 "특정인 위한 것"…3선 의원들, 반대 의견 규합
즉각 반격 나선 친명계…"도덕주의 정치 강요 이해 안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논란이 일고 있는 당헌 제80조를 끝내 개정키로 하면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16일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당헌 80조 관련, 당직자의 직무정지 요건을 기소시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시로 수정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준위는 또 직무정지 해제 의결권을 당 윤리심판원에서 최고위원회로 변경하기로 했다.
전준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직자가 기소되면 윤심원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이고, 당무 정지 관련해서는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 받은 경우 직무 정지된다고 의결했다"며 "(80조) 3항 정치 탄압 등에 대한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윤심원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급심(2심이나 최종심에서)에서 무죄 판결 또는 금고 이상 형이 아닌 경우 직무 정지 효력은 상실한다고 의결했다"며 "해당 내용은 비대위, 당무위, (중앙위) 의결을 거치면 최종 당헌으로 개정된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실행된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헌 80조 개정 사항은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친 뒤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도 당헌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위기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공격의 대상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명백히 문제가 있는 사람만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정의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에 당헌 개정의 목적이 여러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헌 개정에 반대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던 박용진 당대표 후보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그 뜻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까지 오면서 이 얘기를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유감의 말씀을 드렸다"면서 "당헌 개정 관련 논의가 우리 당의 도덕적·정치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친문계 핵심 전해철 의원도 이번 개정 논의가 특정인을 위한 것으로 비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훈 의원 역시 당헌 개정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응천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다 (반대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결정했다"며 "비대위에서 바로잡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3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고 당헌 개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지금 이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공통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세부적으로 참석자 중 1명이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당직 정지 요건을 적시한 현행 당헌을 '중대한 정치자금법 이반' 등으로 수정하는 수준의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지금 현 상태에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간담회는 당일 급하게 추진돼 당내 3선 의원 23명 중 김경협·남인순·도종환·민홍철·이원욱·전해철·한정애 의원 등 7명만 참석했다. 이 의원은 "23명이나 되는 의원이 같은 의견을 다 낼 수 있겠느냐"며 "비대위원인 한정애 의원이 나머지 불참자들의 의견도 듣고 '몇 명은 어떤 의견'이라는 식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선 외에도 비대위원 중 이용우 의원이 초선 의원들의 의견을, 박재호 의원이 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비대위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양이원영 의원은 의총에서 당헌 개정 반대 발언에 맞서 "우리는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 조직이지, 성직자 조직이 아니다"라며 "권력 획득을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그런 '도덕주의 정치'를 강요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성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면 누구든 기소될 수 있다. 기소 당하고 무죄 받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데 (현 당헌 상으론) 무죄 받고 난 다음에 복구가 안 되지 않나. 범죄사실이 확인 안 된 상태에서 당직을 내려놓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이어 박 후보가 발언할 당시 의원들 분위기가 싸했다고 설명하며 "실제 범죄가 없는데도 프레임에 의해 기소됐다면 억울하지 않나. 그런 경우 많았고, 지나고 나서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일단 내려놓으면 끝나는 거다. 그런 부분은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 후보인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의결한 것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행위가 검찰 기소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당헌 80조 개정은 당원청원시스템에 7만명이 넘는 당원의 동의를 받고 있다. 당원의 요구에 응답하여 당원과 함께 가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