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은 '배신자' 중도층은 '검사 출신'
한동훈, 정치행보 재개에도 지지율 박스권
'보수 심장' TK서 한동훈 향한 반감 뚜렷
"이대로는 여권 경선 승리 가능성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재개했지만, 보수층과 중도층 모두에서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며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보수층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전력으로 인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중도층에서는 윤 대통령과 뿌리가 같은 '검사 출신'이라는 물음표가 붙어, 대권주자로서 이같은 시선을 넘어서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4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한동훈 전 대표의 지지율은 6.3%로 나타났다. 또다른 여권 대권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8.1%,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6.5% 등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3~4일 만 18~39세 국민의힘 지지 또는 무당층 청년(2030세대)만을 대상으로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8.8%를 기록하며 김 장관(30.5%), 홍 시장(16.9%)의 지지율을 하회했다. 자신감을 보였던 청년층에서의 지지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지지율 저조가 아니라, 정치적 기반 자체가 분명치 않다는 점에 있다.
강성 보수층은 이미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등을 돌린 상황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중도층은 한 전 대표에게 선뜻 마음을 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중도층이 한 전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보수 텃밭 TK(대구·경북) 지역에서의 한 전 대표를 향한 반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TK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구에서 청년 토크쇼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행사가 예정된 건물 앞 시민들의 반발로 한 전 대표가 교내를 정문이 아닌 지하통로를 거쳐 진입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성 지지층의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한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 도약하려면 중도층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전 대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윤 대통령과 같은 검찰 출신이라는 게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한 전 대표의 한계를 짚은 바 있다.
정치평론가들 역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져 60일 간의 초단기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강성 지지층의 분노가 사그라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이대로는 탄핵을 찬성했던 한 전 대표가 여권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일단 자세를 한껏 낮추고 '경청의 리더십'을 통해 현 국면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을 반전시킬 복안과 관련해서 한 전 대표는 "지지율만 생각해서 움직이자니 공동체와 대한민국 있다"며 "선택이 어렵지만 나는 계엄의 밤에 나라와 국민을 먼저 두고 선택했다. 잘 감당하고 경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