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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가 꼴찌라니!"…토레스가 뒤흔든 중형 SUV 시장


입력 2022.08.02 11:50 수정 2022.08.02 11:5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싼타페, 7월 국산 중형 SUV 판매 최하위

토레스, 2주만 팔고도 단숨에 2위 올라

싼타페(왼쪽), 토레스. ⓒ현대차/쌍용차

중형 SUV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경쟁차들에 밀려 월간 판매 최하위로 처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차량용 반도체 등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쌍용자동차 토레스 출시에 따른 판매간섭 요인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싼타페의 7월 판매량은 1361대로 전월(2913대)에 비해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국산 중형 SUV 중 가장 초라한 성적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 이슈로 생산이 뒷받침되지 못해 7월 판매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 자체도 싼타페에게 녹록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많이 몰리는 차라면 생산을 절반 이하로 줄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이 원활치 않더라도 출고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소비자가 이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차종별 계약 물량에 따라 일정 비율만큼 생산을 배정하는 게 보통”이라며 “특히 마진이 높은 중형 SUV 정도의 차급은 범용 부품을 우선 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 시장 상황을 보면 반도체 수급 이슈가 해소되더라도 싼타페의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긴 힘들어 보인다.


그동안 국산 중형 SUV 시장에서는 싼타페 외에 기아 쏘렌토, 르노코리아자동차 QM6가 경쟁해 왔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쌍용차 토레스가 가세했다. 한국GM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이쿼녹스도 같은 차급으로 분류되지만 이 차는 국산이 아닌 수입차다.


중형 SUV 시장의 ‘원톱’은 단연 기아 쏘렌토다. 2020년 3월 4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래 빼어난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차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에도 6940대의 판매실적으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떼어놨다.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전월 대비 24.1%, 전년 동월 대비 9.5%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싼타페의 최대 적’으로 쏘렌토를 꼽기도 한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 관계지만 디자인적 선호도는 극과 극이다. “같은 가격이면 잘 생긴 쏘렌토를 사는 게 낫지”라는 분위기가 싼타페를 궁지로 몰았다.


쏘렌토. ⓒ기아

여기에 새로운 강적이 등장했다. 무쏘 단종 이후 중형 SUV 라인업을 공백으로 뒀던 쌍용차가 다시 시장에 참전하며 내놓은 토레스다. ‘잘 생긴 얼굴’과 ‘뛰어난 가성비’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은 토레스는 지난달 14일 1호차 인도를 시작으로 실영업일수가 2주에 불과했지만 2752대나 팔리며 단숨에 중형 SUV 시장 2위를 차지했다.


국산 중형 SUV 3위는 르노코리아 QM6였다. 7월 한 달간 2517대가 팔렸다. 전월 4386대의 판매량에서 1800여대가 줄었다. 6월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해소되면서 그동안의 적체물량이 풀리는가 싶더니 기세가 한 풀 꺾였다.


QM6 역시 토레스 출시에 따른 판매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토레스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QM6를 지목해 왔다. 가격 측면에서 쏘렌토와 싼타페보다는 QM6가 토레스와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최저트림도 3000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 쏘렌토‧싼타페와 달리 QM6는 2.0 LPG와 2.0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2000만원대 중반의 시작 가격으로 라인업을 구성해 ‘가성비’를 추구해 왔다.


디자인적 참신함을 갖춘 토레스가 2740만원의 시작 가격을 책정한 것은 QM6에겐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의 중형 SUV 시장 교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주간 판매로 2752대를 팔았으니 한 달을 꽉 채워 판매한다면 쏘렌토의 맹주 자리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싼타페와 QM6의 상황은 더 암울해질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었지만, 계약 물량이 5만대를 넘어선 만큼 8월부터 영업일수 내내 판매가 이뤄진다면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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