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25%p↑, 소비 0.15%↓
한은 “인플레 완화도 고려해야”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 영향이 점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수지가 악화돼 소비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눈길을 끈다.
27일 한국은행은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시차를 두고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약부문에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거시모형 분석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상승할 때 민간소비는 1차 연도에 평균적으로 0.04~0.1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 형태별로는 내구재와 준내구재가 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비내구재와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반응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급경로별로는 현재소비를 줄이고 저축(미래소비)을 늘리는 기간 간 대체효과에 비해 자산가격 하락과 이자수지 악화에 따른 소비 둔화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 등에 따라 주가가 상당 폭 하락한 데다, 주택가격 하락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어 자산가격 경로를 통한 소비제약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 크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기준금리 0.25%p 상승 시 1차 연도에 평균적으로 0.07~0.15% 정도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활동조사 패널자료를 이용한 업종별 금리민감도 분석 결과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비IT제조업, IT제조업 순으로 민감도가 컸다.
한은은 “금리 상승은 주로 자금조달비용을 증가시켜 설비투자를 둔화시키겠으나 환율 경로를 통해 둔화 효과가 일부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환율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자본재수입에 따른 비용부담을 완화시켜 설비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계기업의 경우 여타 기업보다 금리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설비투자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조건에서 건설투자의 경우 1차 연도에 평균적으로 0.07~0.13%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패널데이터를 이용한 회귀분석에서도 건설경기를 반영하는 건설사 매출과 기업들의 건설 지출이 모두 금리에 유의하게 음의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의 자금 조달은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중소기업은 대부분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회사채 시장 상황과 금융기관의 대출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향후 정부의 확장적인 주택공급정책은 건설투자의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금리 상승은 주로 건설 수요자의 자금조달비용을 증가시켜 건설투자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건설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건설사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요 둔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금리 인상 시 비용(수요 둔화) 외에 편익(인플레이션 완화)이 크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금리 상승의 영향이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약부문에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