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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 실종... 가전업계 불황에 틈새 노리는 신가전


입력 2022.07.24 06:00 수정 2022.07.22 15:13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이동형 모니터·맥주 제조기·식물재배기 등 신가전 출현

당장의 영업이익 낮아도 장기적인 수요 확보에 유리해

LG전자 프리미엄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 제품 이미지컷. 해당 제품은 마이 에일(My Ale)이나 마이 라거(My Lager) 등 맥주 계열을 선택한 후 홈브루 캡슐 멀티팩 등을 활용하면 800가지 이상의 맥주 레시피 조합이 가능하다.ⓒLG전자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며 가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전통적인 가전 호황 시즌인 월드컵도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로 가전 수요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냉장고·TV 등의 전통 가전 대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 가전과 그간 시장에 없던 신가전 품목을 다각화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중국, 미국 등 대형 가전 시장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업황이 악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TV 출하량은 2억1700만대에서 2억1500만대로, 다시 2억1200만대로 주저앉았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다시 반짝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미 보복소비 효과 소멸로 수요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히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실질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면서 가전과 같은 비필수재에 대한 소비 심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주요 업체들의 재고 소진 속도도 늦춰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팔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94일로 예년 대비 2주 가량 늘어났다.


이에 주요 가전업체들의 재고 자산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7조59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10조2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나 늘었다. 특히 LG전자와 비교해 재고자산이 두 배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TV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등의 부품 구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업계는 전통적인 필수 가전으로 꼽히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의 판매 전략 대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확장과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한 신가전 경쟁에도 나섰다. 고가 가전 제품의 경우 수요 변동이 크지 않고, '가심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짙은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이색가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최근 수제 맥주 제조기·식물재배기 등의 이색가전 공략에 적극 마케팅을 펼치며 활로를 뚫고 있다. 앞서 8일 800가지 이상의 맥주 제조가 가능한 'LG 홈브루'를 출시했다. 기존보다 더 다양한 종류를 만들 수 있고 외부에서도 신선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병입 숙석 기능'도 추가했다. 여행이나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층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씨앗키트를 장착하고 물이나 영양제를 넣은 뒤 조명만 켜주면 간편하게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식물재배기 '틔운'도 그 중 하나다. 최근 LG전자는 씨앗 키트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틔운 단점을 개선해 판매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또 소형 버전 '틔운 미니'를 출시하며 초기 물량을 완판시키기도 했다. 키트 다양화를 위해 연암대학교와 '식물생활가전 산학공동연구' 업무협약도 체결한 상태다.


LG전자 '스탠바이미' 인테리어컷.ⓒLG전자

이밖에도 이동형 무선 스크린 '스탠바이미'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2500명이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될 정도로 가전에서는 이례적인 고객 충성도를 보이고 있는 제품이다. '스탠바이미'는 이동형 스탠드에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일종의 TV 제품이다. 크기는 대중적인 일반 TV보다 작은 27형으로 제품 하단에 무빙휠이 적용돼 침실, 부엌, 서재 등 원하는 곳으로 옮겨가며 사용 가능하다. 배터리를 탑재해 전원 연결 없이도 최장 3시간 동안 쓸 수 있어 집이 아닌 외부에서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에 주력했던 삼성전자는 기존 전통 가전에 특수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기존 세탁기 등의 가전에 '펫케어' 기능을 갖춘 전용 제품도 추가하고,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 기능 등을 합친 '비스포크 큐커' 등을 출시하며 멀티 가전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의 경우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1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대형가전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제습기, 창문형 에어컨 등 단종 가전을 다시 부활시키며 시장에 재진출하는 등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SK매직, 쿠쿠전자 등의 중견 가전 업체는 최근 음식물처리기를 연달아 출시하며 격전을 벌이고 있다. 당장은 보급률이 낮지만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높다.


신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처럼 당장 매출이나 큰 영업익으로 직결되진 않지만, 장기적인 수요 및 고객 확보 등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가전 판매 둔화를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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